찰리 멍거 바이블

책 리뷰 2025. 6. 1. 08:48 Posted by UnHa Kim

 

오래 전에 구입한 후 묵혀두기만 하다가 이제서야 읽었다.

찰리 멍거가 직접 펴낸 '가난한 찰리의 알마낙'이 한글로 번역이 안 되어 있을 때, 찰리 멍거 마니아인 김재현님이 답답한 마음에 대체품으로 찰리 멍거의 명연설 위주로 엮어서 출판되었던 책인데, 지금은 '가난한 찰리의 알마낙'이 한글로 번역되어 출판되었으므로 예전에 비해 가치가 약간은 희석된 면이 있다.

그럼에도, 투자 서적 번역계의 거장 '이건'님이 번역에 참여했기에 내용도 좋고, 번역도 무척 깔끔해서, 한 번 잡으면 계속 읽게 된다.

 

이 책은 투자/경제에서 벗어난 여러 학문의 핵심 개념을 아우르는 다면적 사고 방식의 중요성에 대한 내용이 많은 부분을 차지한다.

투자에 관련된 부분조차 상당 부분이 심리학 혹은 행동경제학에 관한 내용이다.

 

책 전체에 흐르는 기조는 평균을 뛰어넘는 초과 수익율 달성을 위해서는 남보다 우수한 분석, 엄청난 인내심, 과감한 실행력이 겸비되어야 한다는 것인데, 한 마디로 프로의 세계에서 앞서가려면 남달리 잘 해야한다는 것이다.

 

대부분의 일반인에게 많은 분석과 엄청난 인내심을 가지고 3~4개의 좋은 기회가 올 때까지 기다리는 말은 사실상 실현 불가능하다.

(살 빼려면 적게 먹고 운동하면 된다는 것을 알고 있지만, 대부분의 경우 다이어트 성공율은 지극히 낮다.

 뻔히 알아도 실행할 수 없는 것이 존재한다.)

 

대부분의 일반인은 (찰리 멍거가 말하는 것처럼) 남들보다 뛰어나게 잘 하는 것보다는, 어처구니 없는 실수를 줄이는 것이 더 중요하다.

대한민국 주식 투자자 70%는 종목 1~2개에 몰빵 투자를 하고, 90%의 확률로 5년 내로 투자 원금을 모두 잃는다.

이런 상황에서 찰리 멍거처럼 면밀한 분석 끝에 3~4개 종목에 집중 투자를 한다는 게 가능할까?

 

일반인의 입장에서는 좀 더 난이도가 낮은 벤저민 그레이엄의 방어적 투자법이 더 적합한 것 같다.

- 주식 이외에 채권등 다른 자산군에도 분산 투자

- 주식조차도 분산해서 종목 분석 실수로 인한 충격 완화.

- 저평가 된 종목만 보유.

  (저평가 종목의 장기 수익율이 좋은 이유는 상승율이 높아서가 아니라, 하락율이 낮아서이다.

   수익/손실 비대칭성으로 인해서 하락율이 낮은 게 장기적으로 복리 수익율 면에서 유리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단순 경제학에서 벗어나 폭넓은 학문의 개념을 받아들이고 단순한 계량적인 분석에서 벗어나서 심리학, 업종, 시장 경쟁등 여러 관점에서 분석하는 태도가 필요하다는 찰리 멍거의 주장은 지금은 똥손이지만, 미래에는 고수가 되기를 꿈꾸는 투자자라면 새겨들어야 할 조언인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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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전에 사놓고 이제서야 읽고 있는 '찰리 멍거 바이블'이다.

종이책은 절판되었고, 전자책으로만 구매할 수 있다.

찰리 멍거가 직접 펴낸 '가난한 찰리의 알마낙'이 한글로 번역이 안 되어 있을 때 그 대체품으로 나왔던 책인데, 지금은 '가난한 찰리의 알마낙'이 한글로 번역되어 출판되었으므로 그 가치가 약간은 희석되었지만, 여전히 참 좋은 책이다.

('이건'님이 번역에 참여한 책은 내용도 좋고, 번역도 깔끔해서 거를 책이 거의 없다.)

 

절반쯤 읽었는 데, '롤라팔루자' 효과라는 처음 듣는 용어가 흥미를 끌어서 조사를 해 봤다.

 

찰리 멍거는 여러가지 요인이 동시에 작용할 때, 개별 요인이 단순히 합쳐진 것보다 훨씬 강력한 효과가 나타나는 현상을 '롤라팔루자' 효과라고 칭한다.

 

원래 '롤라팔루자'(lollapalooza)는 미국에서 여러 뮤지션이 합동으로 공연하는 뮤직 페스티벌의 이름이라고 한다.

개별 뮤지션이 공연에서 끌어모을 수 있는 청중보다 여러 뮤지션이 합동 공연하면서 훨씬 더 많은 청중들이 모이는 현상에 비유한 듯 하다.

 

공개 구두 경매에서 입찰자들이 호가를 제시하면서 그 자체가 사회적 증거로 작용하면서 상호성 편향, 과민 반응 증상등 여러가지 심리적 편향이 겹치면서 경매 참여자의 판단이 흐려져서, 평소라면 불가능할 어처구니 없는 가격에 낙찰이 이루어지는 것을 '롤라팔루자' 현상으로 설명할 수 있다고 한다.

 

주식 참여자들이 여러가지 심리적 편향에 휘말려서 판단력이 마비되어서 비이성적인 가격 오류가 발생하여서 '효율적 시장 이론'을 믿지 않는 투자자에게 좋은 기회가 생기는 이유를 설명하는 데 있어서도 '롤라팔루자' 효과가 유용하다고 한다.

 

'롤라팔루자' 효과는 자연과학의 중단점(breakpoint)나 임계점(critical point)등의 개념과도 상통한다고 한다.

마치, 물이 99도까지 액체로 존재하다가, 단 1도만 높아졌을 뿐인데,. 100도에서 갑자기 기체로 변하면서 완전히 다른 물성을 갖는 것처럼, 주식 시장에서 몇 가지 심리적 편향이 겹치다보면 어느 순간에 갑자기 (1~2가지 편향으로는 불가능한) 엄청난 가격 변동이 발생하는 것도 비슷한 원리라고 설명한다.

 

투자에서도 기업의 재무 상황 이외에도 내부 경영 상황, 경영자 자질, 시장 상황, 경쟁 기업 상황등 여러 가지 요인이 겹쳤을 때, 크나큰 가격 변동이 발생하면서 초과 수익을 거둘 수 있으므로, 계량적 재무 분석등 1가지 요인만으로 모든 것을 판단하려고 하지 말고, 심리적 요인이나 업종 특성등 숫자로 표현할 수 없는 비계량적 요인을 포함한 여러가지 요인을 두루 고려해야 한다는 찰리 멍거 특유의 철학을 표현할 때도 '롤라팔루자' 효과는 연관성을 가지는 듯 하다.

 

계량 분석에만 기대어 극도로 게으른 투자를 선호하던 나로서는 이 늦은 나이에 (겉핡기 식으로라도) 심리학 공부를  해봐야 하나 고민하게 되었다.

 

유튜브 채널 메이킹알파에 '훌륭한 투자자'의 재능 혹은 조건에 대한 찰리 멍거의 의견이 담긴 영상이 올라왔다.

 

https://www.youtube.com/watch?v=zPhZ35KXYm8

 

개인적으로는 계량적인 분석과 규칙에 따른 투자법으로 훌륭한 투자자를 모방할 수 있다고 생각한 적이 있다.

주식 팩터 전략의 백테스트를 보면서 그렇게 생각하기도 했고,

투자 경험이 전무한 사람이 단 2주 간의 교육만 받고 성공적인 트레이딩을 수행한 터틀 실험에 관련된  서적을 읽을 때도 그랬다.

 

그런데, 몇 년 간의 실전 투자 경험을 거치면서, 스스로가 변동성으로 인한 심리적 압박을 견디지 못한다는 것을 깨달았고, 결국 '훌륭한 투자자'가 되기보다는 '폭망하지 않고 자본주의 성장의 과실을 평균만큼이라도 줏어먹는 투자자'가 되기로 목표를 수정할 수 밖에 없었다.

 

지금 되돌아 보면, 터틀 실험의 최고 우등생이었던 '커티스 페이스'가 심리적 압박을 견디지 못하고 투자 업계에서 조기 은퇴했다가 나이가 한참 먹은 후 투자업에 복귀를 시도하다가 실패하고 감옥 갔던 반면, 터틀 실험에서 '커티스 페이스'만큼 두각을 드러내지는 못했던 또 다른 터틀 실험 참여자인 '제리 파커 주니어'는 '체사피크 캐피털'이라는 대형 펀드사를 설립해서 성공적인 펀드 매니저로 커리어를 이어나갔으니, 결국, '훌륭한 투자자'를 구분짓는 것은 지식과 기술 이외에 심리적 요인이 큰 것 같다.
(제리 파커 주니어가 CEO로 등록된 체사피크 캐피털 홈페이지 : https://chesapeakecapital.com/team/)

 

벤저민 그레이엄의 '현명한 투자자' 4판 서문에 다음과 같은 글이 있다.


적절한 투자 기질을 갖추는 편이 재무, 회계, 주식시장에 대해 풍부한 지식을 갖추는 것보다 더 중요하다.
지식이 다소 부족하더라도 투자 기질을 갖춘 '평범한 사람들'이 돈을 훨씬 더 벌고 유지한 사례가 많다.

 

실전 투자 경험을 쌓고 나니, 결국은 벤저민 그레이엄의 말이 맞았던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