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니시 파브라이는 투자는 극도의 인내심이 필요하며, 투자자의 매매 활동은 수익에 도움이 안 되며, 오히려 수익을 까먹는 경향이 있다는 설명을 한다.

그 근거로 피델리티의 통계를 인용하는 데,  고객 계좌 중 수익율이 가장 높은 10%는 대부분 휴면계좌이거나 계좌의 존재를 잊어버린 죽은 계좌 이었다고 한다.

 

앙드레 코스톨라니가 우량주 매수 후 수면제 먹고 2년 간 자고 일어나면 수익이 나 있을 것이라고 했던 발언과 일맥상통한다.

 

말은 쉬운 데 실천하기는 어려운 것 같다.

극도의 인내심이라는 게 누구나 가지고 있는 것은 아닌 듯.

 

https://www.youtube.com/watch?v=hc5IJz8PAxM

 

사치품은 가격이 오를수록 오픈런, 사재기, 되팔이등이 발생하면서 수요가 증가한다.

식료품은 가격이 내릴수록 할인행사를 놓치지 않으려고 수요가 증가한다.

둘 다 현실 세계에서 흔하게 발생하는 현상이다.

 

https://www.youtube.com/watch?v=k2ptte1MYlo

 

워렌 버핏이 주식을 (사치품이 아니라) 식료품 사듯이 산다는 말을 처음으로 들었을 때는 그게 당연하다고 생각했다.

그런데, 경험이 쌓일수록 떨어지는 칼날은 잡는 게 아니라는 것을 깨달았다.

주식을 식료품 사듯이 산다는 것은 시장의 등락에 무관하게 자신의 판단대로 장기간 보유할 수 있는 워렌 버핏에게는 맞는 말이겠지만, 대부분의 사람은 하락 추세가 지속되거나, 좀처럼 반등하지 않고 오랜 시간 바닥을 기어다니면, 멘탈이 나가서 못 버티고 최악의 시점에 매도하는 경우가 흔하다.

 

게다가, 워렌 버핏은 항상 시장을 모른다고 말하면서도 마켓 타이밍을 귀신같이 한다.

2001년 IT버블은 피해갔으며,

2009년(리먼 사태 다음 해)에 시장이 반등하기 시작하는 시점에 철도 회사(BNSF)를 줍줍했다.

큰 폭락 사태가 발생해도 타격을 적게 받거나, 금방 회복하거나, 혹은 거꾸로 자산을 크게 불리는 기회로 역이용했다.

 

워렌 버핏은 외모는 평범해 보이지만, 결코 보통 사람이 아니다. 

워렌 버핏은 우리와 다르다는 것을 인식하고, 함부로 따라하지 말아야 한다.

다만, 너무 고평가 된 자산은 피하는 원칙 정도만 지켜도 나쁘지 않은 것 같다.

 

 

 

 

겸손 - 하워드 막스

투자 이야기 2025. 2. 19. 16:30 Posted by UnHa Kim

조금만 손실이 나도 기분이 침울해지고,

조금만 수익이 나도 의기양양 해질려고 한다.

 

많은 자산군이 상승하고, 지지부진하던 국장마저 반등하는 것처럼 보여질 때,

아무 것도 한 것 없이, 단지, 시장이 상승하는 시기에 맞닥뜨렸을 뿐인데도,

마치 스스로 뭔가를 해낸 듯한 기분이 드는 게 참 묘하다.

 

그런데, 유튜브 알고리즘이 정말 좋은 영상을 내밀어준다.

 

채권 투자의 대가인 하워드 막스가 겸손에 대해서 말하는 영상이다.

 

https://www.youtube.com/watch?v=GrcacCGdoEA

 

인상 깊은 어구 정리.

 

겸손은 중요한 자질이다.

끝까지 살아남는 사람이 승자이고, 살아남는 것은 겸손에서 시작하기 때문이다.

 

키가 185cm인 사람이 평균 수심이 150cm인 개천을 건너다가 익사했다는 사실을 잊지말라.

평균적으로 생존한다는 것은 의미가 없고, 매일, 항상, 나쁜 상황에서도 생존해야 한다.

 

대부분의 사람은 자신의 결점과 한계에 대해서 심리적 방어기제가 있으므로, 겸손한 태도를 유지한다는 것은 어려운 일이다.

 

성공은 실패의 씨앗을 담고 있고, 실패는 성공의 씨앗을 담고 있다.

 

성공으로부터 배우는 교훈은 다음과 같은 데, 자존심만 드높여서 투자에 좋지 않다.

- 생각보다 쉽네.  (혹은 별 거 아니네. )

- (자신이 잘 모르는) 다른 분야에서도 잘 할 수 있을 거야.

- 더 많은 돈을 투입해도 잘 될 거야.

- 내가 혼자서 잘 한 거야.

 

자신감에는 균형이 필요하다.

- 자신감이 너무 부족하면, 가격이 하락할 때마다 매도하게 될 것이고,

- 자신감이 과도하면, 가격이 하락할 때마다 더 많이 매수하게 되면서,

두 경우 모두 투자자로서 제 기능을 하지 못하게 된다.

 

 

유튜브  '메이킹 알파' 채널은 정말 좋은 거 같다.

 

주린이가 몇 년간 투자해 본 소감.

투자 이야기 2025. 2. 14. 01:23 Posted by UnHa Kim

투자 이론 공부할 때는 금방 돈을 긁어모을 수 있을 것 같아서 의기양양 했지만, 몇 년 지나니까 책으로 배운 투자 실력이라는 게 현실 세계에서 얼마나 하찮은 지 깨닫게 됨.

내가 사면 하락하고, 내가 팔면 상승하는 패턴이 반복되면서, 알고보니 내가 천하의 똥손이라는 것을 깨닫게 됨.

그나마 위안이라면 (극소수의 재능있는 사람을 제외한) 대부분의 사람은 고만고만한 똥손 수준에서 벗어나지 못한다는 거.

 

단기투자는 경쟁이 너무 치열하고, 판단을 흐리는 가짜 뉴스도 많으며,

장기투자는 지수 대비 부진한 투자성과를 몇 년씩 참고 버텨낼 수 있는 멘탈과 믿음이 필요해서,

'투자는 간단하지만, 쉽지는 않다'라는 워렌 버핏의 말이 무슨 뜻인지 뒤늦게 깨닫게 됨.

 

미약한 투자 실력으로 인해  스트레스에 시달리면서 삶의 질이 바닥을 친 이후에야 (백테스트 상의) 수익율을 따지기보다는 생존 위주의 방어적인 분산 전략으로 갈아탄 이후에야, 그나마 버틸만한 투자 라이프가 시작된 느낌.

 

시장이 부진하면 아무리 열심히 종목 분석을 해도 소용없고, 분산 투자 전략에 따라 보유하고 있던 자산군 중 하나가 상승세에 올라타면서 의도하지 않게 계좌 전체 수익율을 살려주는 경험이 반복됨.

결국 돈을 벌어다 주는 것은 공들인 분석이 아니고, 특정 자산군의 상승세, 즉 시장이고, 그런 의도하지 않은 시장의 과실을 따 먹을 수 있게 고안된 분산 투자가 개미들의 생명줄인 듯.

 

벤저민 그레이엄의 저서 '현명한 투자자'에는 대부분의 투자자에게 평균 정도의 수익율을 손쉽게 얻을 수 있는 방어적인 투자법(즉, 분산 투자 전략)이 적합하다고 나와 있는 데, 어지간히 책 읽고 공부하는 것으로는 그 수준에서 벗어나기 힘들더라.

전체 투자금액의 80% 이상을 주식에만 투자하면서 시장 대비 초과 수익을 올린다는 것은 막상 해 보면 쉬운 일이 아님.

 

https://ghts.tistory.com/56

 

현명한 투자자

가치 투자라는 개념을 창안한 벤저민 그레이엄이 일반인을 위해서 (그나마) 읽기 쉽게 썼다는 책이 '현명한 투자자'이다. 세계 최고 투자자인 워렌 버핏이 투자 관련 서적 중 최고로 꼽은 책이기

ghts.tistory.com

 

https://ghts.tistory.com/146

 

현명한 투자자 요약판

워렌 버핏이 최고의 투자서라고 극찬하는 '현명한 투자자'는 가독성이 낮은 점이 걸림돌이었다. '현명한 투자자'의 주요 내용을 읽기 편한 문체로 요약한 책이 있었다는 것을 뒤늦게 알았다. 이

ghts.tistory.com

 

다들 워렌 버핏의 옆집 할아버지 같은 평범한 겉모습에 속아서, 책 몇 권 읽고나서, 워렌 버핏의 투자법을 따라하려고 시도하지만, 얼마 지나지 않아, 일반인은 쉽게 따라할 수 없다는 것을 깨닫게 됨.

해자가 있는 종목은 애초에 존재 자체가 드물고, 혹여나 찾더라도 대개 고평가 되어 있으며, 운 좋게 저평가 되어 있는 해자 종목을 찾더라도, 기술 발전과 사회 변화로 인해서 해자가 사라지는 경우도 있어서, 워렌 버핏의 투자법을 따라한다는 게 보통 어려운 게 아님.

 

일반적인 수준에서는 미래 성장세는 전혀 고려하지 않고, 현재 저평가 된 종목만 찾아서 매수 후 존버하는, 상대적으로 단순한 벤저민 그레이엄의 투자법만 따라할 수 있어도 나쁘지 않다는 것을 깨닫게 됨.

벤저민 그레이엄의 투자법조차도 해 보면 그리 쉽지 않음.

안전 마진이 충분하다고 생각한 저평가 종목도 시장이 부진하면 바닥을 뚫고 지하로 내리꽂는 경우가 흔함.

염가 종목은 매수 후 가격이 내재가치와 완전히 따로 놀면서 몇 년씩 저평가 상태가 지속되는 경우가 흔함.

가끔씩 찾아오는 주식 시장의 크나큰 변동성은 멘붕을 초래해서 인내심의 한계를 시험함.

거기다 주식 이외의 다른 자산군이 폭풍같은 상승세를 보여주면 지지부진한 저평가 주식 종목을 들고 버틴다는 것은 결코 쉽지 않음.

그래서, 일반인은 여러 자산군에 분산 투자하되, 주식 포지션에 대해서만 '가치 투자'를 적용하는 하는 정도가 적절한 것 같음.

 

'가치 투자'가 얼마나 고통스럽고 힘든지, 솔직하게 인정하는 투자 전문가는 1명 밖에 못 봤음.

전체 투자자의 5%만 가치 투자 방식을 지속하는 데는 다 이유가 있음.

 

https://ghts.tistory.com/136

 

가치투자는 옳다. 장-마리 에베이야르

가치 투자가 얼마나 고통스럽고 힘든 지 솔직하게 인정하는 거의 유일한 책.최준철, 홍진채 같은 유명 가치투자자의 책 소개 영상을 보고 흥미가 생겨서 읽어봤는 데, 내용이 굉장히 독특하다. 

ghts.tistory.com

 

어느 정도 시드 머니가 있고, 소비 성향을 적정 수준에서 제한한다면, 방어적인 분산 투자법의 평균적인 수익율만으로도 비참한 노후에서 벗어날 수 있는 데, 다들 거기에 만족하지 못하고, 빨리 부자가 되고 싶어서 불나방처럼 공격적인 투자를 시도하다 보니, 일반적인 개미 투자자 90%가 5년 내로 투자금을 다 날려먹는 통계가 나오는 것 같음.

 

결론>

뛰어봤자 부처님 손바닥 안이던가?

벤저민 그레이엄 옹의 '현명한 투자자'에서 나오는 방어적 투자자 부류에서 벗어나기 정말 힘들다.

누구나 시장의 변동성을 겪고 멘붕에 빠지기 전까지는 그럴싸한 계획을 갖고 있다.

 

유튜브 채널 추천. '메이킹 알파'

투자 이야기 2024. 10. 3. 17:44 Posted by UnHa Kim

유튜브는 많은 정보를 제공해 주지만, 반대로 노이즈의 홍수로 인해서 판단력을 저하시키는 부작용도 있다.

 

그래서, 유튜브에서는 좋은 정보를 찾는 것보다 노이즈를 거르는 게 더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메이킹 알파'은 (걸러야하만 하는 또 다른 노이즈가 아닌) 추천할만한 도움이 되는 채널 같다.

 

https://www.youtube.com/@makingalpha/videos

 

메이킹알파

"우리네 삶과 투자에 알파의 가치를 더한다." 오역 제보와 영상 추천은 커뮤니티 란에 댓글로 남겨주세요.

www.youtube.com

 

영상을 보니 조회수를 위한 자극적인 낚시질 제목으로 가득찬 일반 채널과 달리, 채널 개설자 본인이 인상 깊었던 영상만 골라서 한글 해석을 붙여서 업로드한 듯 하다.

 

시간날 때 한 번씩 들러서 투자에 대한 생각을 정리하는 데 많은 도움이 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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퀀트 전략의 부진.

투자 이야기 2024. 5. 11. 15:11 Posted by UnHa Kim

강환국이 퀀트 투자 붐을 일으킨 이후 역설적으로 팩터를 이용한 퀀트 투자 전략이 부진을 거듭하고 있다.

 

아마도 2가지 문제가 겹친 것으로 보인다.

 

첫째, 주식 투자에 대중의 관심이 쏠리는 때는 항상 고점 부근이다.

퀀트 투자도 일종의 주식 투자 기법이며, 퀀트 투자에 대중의 관심이 쏠린다는 것은 그 자체로 주가가 고점 부근이라는 의미이기도 하다.

주가가 원래 자리를 찾아가면서 전체 시장이 부진함에 따라 퀀트 투자도 부진할 수 밖에 없다.

 

둘째, '트레이더 효과'이다.

특정 기법을 많은 사람이 쓸 수록 해당 기법의 수익성이 떨어지는 현상을 의미한다.

 

이러한 '트레이더 효과'에 대해서 좀 더 자세히 언급하고자 한다.

 

우선, 워렌 버핏의 스승인 '벤저민 그레이엄'이 '현명한 투자자'에서 언급한 관련 내용을 인용해 본다.

어떤 이론이 과거 통계와 그럴듯하게 맞아떨어지거나 장기간 좋은 성과를 내면, 추종자가 증가하면서 주목받게 된다. 그러나 추종자가 증가할수록, 이론의 신뢰도는 감소하는 경향이 있다. 이유는 두 가지이다. 첫째, 시간이 흐르면서 이론과 맞지 않는 새로운 변수가 등장한다. 둘째, 주식시장에서 인기 높은 이론은 시장 참여자들의 행동에 영향을 미치게 되므로, 결국 수익 기회가 사라지게 된다.

 

그 사례로 1930년대에 유행한 '다우 이론'과 1950년대에 유행한 '공식에 의한 투자'의 사례를 들고 있다.

둘 다 정량적인 기법이어서 누구나 쉽게 따라할 수 있는 기법이었다.

 

주식 투자만 이런 것이 아니라, 원자재 투자에서도 비슷한 현상이 발생한다.

'터틀의 방식'에서 언급된 '트레이더 효과'에 대한 설명을 인용해 본다.

 

트레이더의 트레이딩 행동 자체가 애초에 트레이딩이 성공할 것으로 기대하게 만들었던 시장 조건을 변화시키는 것이다. 나는 이를 트레이더 효과라고 부른다. 어떤 일이나 현상이 꾸준히 반복되어 나타나면 몇몇 시장 참여자들이 그와 같은 현상에 주목하게 된다. 마찬가지로 최근 몇 년간 꾸준히 좋은 성과를 낸 트레이딩 전략은 수많은 트레이더의 눈에 띄게 마련이다. 하지만 너무 많은 트레이더들이 이 전략을 사용하게 되면 이 전략도 예전만큼의 성과를 내기 어려워진다.

 

그리고, 미국에서 퀀트 투자 붐이 일어난 후 장기간 부진했던 사례가 있다.

1990년대에 '제임스 오쇼너시'는 'What works on Wall Street'(번역서 '월가의 퀀트 투자 바이블')을 펴내며 미국에서 퀀트 투자 붐을 일으켰으며, 대중의 폭발적 관심에 힘입어 대규모 자금을 끌어모아서 독자 퀀트 펀드도 출시했지만, 6년간 부진을 거듭하다가 대형 투자은행에 흡수합병 되었다.

이게 꽤나 유명한 사건이어서 워렌 버핏은 버크셔 해서웨이 주주총회 발언 때, 주식 투자는 방정식으로 표현할 수 없다고 말하며 '제임스 오쇼너시' 사례를 언급할 정도였다.

 

그래서, 퀀트 투자는 완전히 망했는가?

'제임스 오쇼너시'가 포기하고 펀드를 팔아버린 직후 퀀트 전략은 엄청난 수익율을 내면서 부활했다.

 

이것으로 알 수 있는 점은 강환국이 유행시킨 퀀트 투자 기법은 대중적인 유행이 지나간 후, 대부분의 추종자들이 포기하고 다른 투자 방법론을 찾아떠난 이후에야 부활할 가능성이 있다.

특히, 거래량이 적고 시총이 작은 소형주 전략의 경우 이러한 부진이 두드러 질 수 있다.

 

그렇다면, 투자를 그만 두고 은행에 예금이나 맡길 것인가?

한국인의 평균 기대 수명은 여전히 길고, 한국에서 노동으로 높은 소득을 올릴 수 있는 연령대는 여전히 제한적이며, 우리는 노동 소득 없이 장기간 생존할 수 있는 방법을 찾아야 한다는 사실에는 변함없다.

돈이 많다면서 상가를 매입해서 임대하는 것도 가능하겠지만 이것은 초기 투자 비용이 아주 크니까, 대부분의 경우 소액으로 투자 가능한 금융 투자 이외에는 딱히 대안이 없을 것이다.

주식 시장이 한국에만 있는 것도 아니고, 자동화 시킬 수 있는 정량적 투자 전략이 팩터 기법만 있는 것도 아니고, 투자 자산군이 주식만 있는 것도 아니다.

한국 주식에 투자하는 팩터에 기반한 주식 퀀트 전략이 부진해도 여전히 투자할 만한 금융 자산과 투자 기법은 많다.

그리고, 지금 당장은 한국 주식 퀀트 전략이 부진해서 비중을 축소하더라도 시간이 지난 후 수익율이 되살아날 때 다시 쓰면 된다.

 

90년간 수익율을 유지해온 NCAV 전략도 사용자들이 부진한 기간을 버티지 못하고 나가떨어졌기 때문에 지금껏 수익율을 유지하고 있을 가능성이 높다.

부진이 얼마나 오래 지속될 지 알 수 없는 전략을 장기간  유지한다는 것은 아무나 할 수 없다.

책에서 퀀트 투자에서 있어서 가장 중요한 것은 인내심과 일관성이라고 그렇게나 강조했던 '제임스 오쇼너시' 본인도 6년만에 포기해 버렸다.

 

그렇기에 '윌터 슐로스' 같은 사람이 대단한 것이다.

'월터 슐로스'는 대학도 나오지 않았고, '벤저민 그레이엄'의 강의를 청강했던 이력만으로도 펀드 매니저로서 CAGR 18~19%를 기록했는 데, 아주 단순한 전략만을 쓰면서 수십 년간 일관되게 유지했다고 알려져 있다.

이건 말로는 쉬운 데 실제로는 실행하기 매우 어렵다.

이렇게 남들이 따라하기 어려운 차별점이 있어야 성공할 수 있다.

그런데, 그 차별점이라는 게 특별하게 우수한 전략이 아닐 경우도 많다.

 

비교 경쟁 우위가 '남보다 뛰어난 전략'이 아니라 '남들도 다 아는 단순한 전략을 오랫동안 일관되게 유지할 수 있는 인내심'일 수도 있다는 말을 벤저민 그레이엄이 '현명한 투자자' 서문에서 언급한 표현을 그대로 인용하면, 

지식이 다소 부족하더라도 투자 기질을 갖춘 '평범한 사람들'이 돈을 훨씬 더 벌고 유지한 사례가 많다.

지식보다 기질이 중요하다는 말, 투자는 간단하지만 쉽지 않다는 말 모두 비슷비슷한 내용인 것 같다.

 

이러한 투자의 어려움을 경감시켜주는 것은 역시나 분산인 것 같다.

물론, 분산을 하면 기대 수익율은 낮아진다.

그러나, 특정 전략이 부진해도 다른 전략에서 벌충을 하면 심리적으로 일관성을 유지하는 데 많은 도움이 된다.

어쨌거나, 중도 포기하는 것보다는 상대적으로 낮은 수익율이라도 꾸준히 버티면서 (작더라도) 수익을 얻는 것이 유리하다.

 

멘탈이 아주 강해서 버틸 수만 있다면 장기 기대 수익율이 가장 높은 전략에 집중 투자하는 게 더 좋겠지만, 그렇지 않은 대부분의 일반인의 경우 분산 투자가 투자를 지속하는 데 도움을 줘서 장기적으로는 더 유리할 것이다.

 

결론 : 한국 주식 시장에서의 퀀트 개별 종목 투자 기법이 부진하다면 다른 자산군에 투자하거나, 다른 전략을 쓰면 된다. 존버가 승리한다.

레버리지의 무서움

투자 이야기 2024. 1. 31. 11:15 Posted by UnHa Kim

지식산업센터에 투자했다가 막다른 골목에 내몰린 사연이 나오는 영상을 접했다.

 

https://www.youtube.com/watch?v=RZm91oz07Kw

 

영상을 보면서 포인트가 좀 엇나간 게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든다.

투자 대상이 지식산업센터이어서 문제가 생긴 것도 아니고,

부동산 투자이어서 문제가 생긴 것도 아니며,

PF대출이 관련되어 있어서 문제가 생긴 것도 아니라고 본다.

진짜 원인은 과도한 레버리지이다.

언론 입장에서야 부동산 PF대출이라는 용어와 특정한 현상으로 시청자의 관심을 자극하고 싶었겠지만 이게 과연 시청자의 투자 인생에 얼마나 도움이 될까?? 의문스럽다.

 

어떤 투자이던, 어떤 사업체이건 과도한 레버리지는 파멸의 지름길이다.

그나마 예외가 있다면 정부의 보호를 받는 금융업 정도일 것이다.

은행은 '예금자 보호'라는 명목 하에 정부가 보증을 해서 갑작스러운 부채 상환 요구(뱅크런)을 막아준다.

은행이 단기적인 유동성 부족에 시달리면 한국은행에 발권력을 동원해서 돈을 찍어서라도 자금을 마련해 준다.

은행이 정말 망하려고 하면 공적자금, 구제금융이라는 이름으로 정부가 세금을 써서라도 파산은 피하게 해준다.

이렇게 특수한 경우를 제외하면 모든 투자 행위, 사업 영위에 있어서 과도한 레버리지는 파멸의 지름길이다.

 

영상을 보면 초기 투자금 10%만 내면 나머지는 90%는 대출을 받아서 투자가 가능하다는 말에 혹한 것 같다.

이 말을 뒤집어 보면 '레버리지 비율 900%'라는 무시무시한 조건이다.

이렇게 위험한 투자를 권하는 비양심도 놀랐고, 그토록 위험한 조건이 '초기 투자금 10%만 내면 된다'라는 식으로 너무나도 간단하고 달콤하게 포장된다는 것도 놀랍다.

그리고, 이 말에 속아 기본적인 투자 원칙을 무시하고 인생을 나락으로 빠뜨리는 투자 결정을 하는 것을 보면 안타깝다.

 

어지간한 중소기업은 부채비율이 200%만 넘어가도 은행 대출 연장이 어려워지기 쉽상이다.

상당한 재벌인 한진그룹도 한진해운이 부채비율 400%를 넘어간 후 '부채의 악순환'에 허우적거리면서, 총수 일가가 줄줄이 불안장애에 걸려서, 땅콩 파문에, 이혼에, 가정 파탄을 겪고, 경영권 욕심을 내려놓고 유상증자까지 했지만 결국 한진해운의 파산을 막지 못했다. 

그런데, 일개 개인이 레버리지 900% ??

이건 죽음의 길이다.

 

개인적으로 2010년대 초반에 조선 산업 버블이 터지는 과정을 직접 겪어봤기 때문에 이번에 부동산 투자의 버블이 터지는 과정을 보면서 예전의 고통스러운 기억이 되살아나는 것 같다.

 

제로 금리가 너무 오래동안 지속되면서 사람들이 부채의 무서움을 잊어버린 것 같다.

과거 수백년의 역사를 되돌아보면 평균적인 금리는 4% 정도이었고, 2010년대 이어진 제로금리가 예외적이고 특수한 상황이었다.

과도한 레버리지는 어떻게든 피해야 한다.

워렌 버핏의 스승인 벤저민 그레이엄은 전문가를 위한 '증권 분석'이 일반인에게 너무 어려워서, 일반인에게 바람직한 투자 태도와 습관을 길러주기 위해서 난이도를 낮춘 '현명한 투자자'를 냈다고 한다.

그렇다고, 일반인을 위해서 쓴 '현명한 투자자'가 쉬운 책인가 하면 그건 또 아니다.

처음 읽는 사람은 상당한 장벽을 느낀다.

 

안 그래도 난이도가 높은 원문에, 츠바이크의 해설까지 덧붙여 난이도를 더 높여버린 6판의 번역본을 읽고 있노라면 '고전이란 모두가 칭찬하지만, 아무도 읽지 않는 책'이라는 말이 적절하다고 느껴진다.

 

투자 관련 서적 최고 인기 번역가인 이건 선생님이 (군더더기가 없는 벤저민 그레이엄의 생전 마지막 저서인) 4판을 번역하면서, '번역 후기'에서 (가독성을 높이기 위해서) '원문의 형태를 유지하려는 시도는 하지 않았다'고 밝힐 정도로, 창조적 파괴에 가까운 의역을 통해서 가독성을 높였음에도, (이제 그나마 읽을만 해 졌다는 정도일 뿐) 여전히 책이 술술 읽힌다는 느낌은 없다.

그렇지만, 책 내용은 보석 같은 경험과 조언이 가득하므로, 독자의 경험치 수준에 따라서 읽을 때마다 아는 만큼 새로운 게 보이는 신비로운 책이다.

4판이라는 게 중요하다. 6판은 진짜 해독 불가...

 

워렌 버핏이 도서관에 있는 모든 투자 관련 서적을 읽은 후, '현명한 투자자'를 처음 접했을 때 깊은 감명을 받았다고 알려져 있다.

여기서, 일반인은 '현명한 투자자'가 도서관에 있는 모든 투자 관련 서적 중 최고였다라는 찬사의 의미로 받아들인다.

그러나, 개인적인 생각으로는 워렌 버핏이 어려서부터 실전 투자를 이어오면서 경험을 축적했고, 투자 관련 서적도 엄청나게 많이 읽은 후였기 때문에 , 비록 20살이라는 어린 나이였지만, '현명한 투자자'를 읽을 무렵이면, 이미 상당한 내공을 쌓은 상태이었기 때문에 '현명한 투자자' 처음 읽을 때 바로 그 가치를 이해했다고 생각된다.

 

하여튼, 이번에 다시 읽고 있는 데, 제 2장 '투자와 인플레이션' 내용 중 '금(골드)' 관련 언급이 눈에 들어왔다.

지난 35년동안 금의 시장가격은 (... 중략 ...) 겨우 35% 상승했다.
그러나, 이 기간 내내 금 소유자는 투자 원금에 대해 이자를 받기는 커녕, 오히려 해마다 보관비용을 지불해야 했다.
(... 중략 ...)
금이 인플레이션 방어에 거의 완전히 실패했다는 점을 고려하면, 평범한 투자자가 실물자산에 투자해서 과연 인플레이션을 방어할 수 있을 지도 매우 의심스럽다.

 

벤저민 그레이엄은 금 투자에 대해서 부정적인 의견을 피력하였으며, 이런 태도는 워렌 버핏에게도 이어진다.

(정작, 워렌 버핏은 1990년대에 어마어마한 '은(실버)' 투기를 했었다.)

 

그렇다면, 실제로 '금'은 별로일까??

인베스팅닷컴 데이터에 의하면 금 선물은 1976년 1월부터 2023년 12월까지 1,500% 상승하면서 연복리  6% 수익율을 기록했다.

평균 인플레이션 3%라고 가정하면, 인플레이션을 방어하기에 충분했다는 의미이다.

대공황부터 온갖 산전수전을 다 겪은 초고수 투자자인 '벤저민 그레이엄'이 이렇게나 중요한 자산군에 대해서 잘못된 의견을 기록해 놓았다는 것이 놀랍다.

하지만, 이 책은 1971~1972년에 저술되어서 1973년에 출간되었는 데, 1971년에 닉슨 대통령이 금 태환 중지를 선언하면서 금 가격의 족쇄가 막 풀려난 시점이었다는 특수성을 고려해야 한다.

벤저민 그레이엄 살아 생전의 대부분의 기간에는 금 태환이 이루어지면서 금 가격이 고정되어 있었다.

('루즈벨트 대통령'이 대공황에서 벗어나기 위해서 통화량을 증가시키고자 금 교환 비율을 바꿔서 달러 가치를 하락시킨 것이 유일한 예외이라고 알고 있다.)

그러한 수십년 간의 극도로 억제된 금 가격이 족쇄가 막 풀리던 시점에 책이 쓰여졌다는 의미이다.

 

금 태환이 중지된 이후 오랜 기간 부진을 겪기도 했지만, 

길게보면 인플레이션 방어 용도로는 충분히 유용했기에

금을 투자 자산군에 포함시키는 것을 고려할만 하다.

 

금 관련 내용은 '현명한 투자자'에서 몇 안되는 옥의 티라고 할 수 있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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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사에 다니면서도 장기간에 걸쳐서 20%가 넘는 투자 수익율을 올렸다는 재야고수 (온라인 필명) '숙향'이라는 분이 책을 몇 권 냈는 데, 그 중 1번째 책은 비교적 간단한 가치 평가 공식과 필터링 조건을 제시하여, 초보자도 따라할 만한  가이드를 제공해 준다.

그 외에도 특징적인 부분은 바로 '2008년 서브프라임 사태'를 온 몸으로 겪고 살아남았던 체험 기록이 있다는 점이다.

위기의 순간에 얼마나 올바른 판단을 하기 힘든 지는 당시 분위기 설명을 보면 알 수 있다.

 

 

(지금 시점에 돌아보면 워렌 버핏이 맞고, 다른 사람이 다 틀렸는 데, 거꾸로) 당시에 한국 언론에는 워렌 버핏을 '새대가리'라고 희화하 하는 기사가 있을 정도로 워렌 버핏의 의견은 무시되었다고 한다.

주식 시장이 반등을 시작하기 직전인 2009년 초반에는 (낙관론으로 유명한) 피터 린치마저도 낙관론을 접었다고 한다.

(워렌 버핏은 이렇게나 분위기가 암울하던 2009년 초반에 BNSF라는 어마어마한 규모의 철도 기업을 인수하는 대규모 투자를 진행해서 대박을 쳤다. 워렌 버핏은 좀 독보적인 듯...)

 

필자 본인은 주식 포트폴리오를 붙들고 그냥 버텼다고 하던 데, (워렌 버핏을 제외한) 거의 모든 투자 대가들조차도 비관론을 표명하던 저 때를 버틴다는 것은...

(필자 본인의 말로는 '약간의 인내심'이 필요하다고 하지만, 실제로는) '초인적인 인내심'이 필요할 듯 하다.


주식시장은 인내심 없는 사람의 돈이 인내심 있는 사람에게 흘러가는 곳이다. - 워렌 버핏

 

투자라는 것은 책으로 읽을 때는 할만해 보이는 경우도 많지만, 실제로 하면 저걸 버틸 수 있을까? 생각해 보게 된다.

'약간의 인내심'으로 저 모든 걸 다 버텼다는 겸손한 재야고수 숙향의 투자 일기는 배당수익율의 중요성에 대해서도 일깨워준 고마운 책이다.

퀀트킹 같은 프로그램에 '배당수익율' 팩터를 넣고 백테스트를 실행하면 기대수익율이 떨어지므로 자연스럽게 무시하게 되지만, 그건 (보유하는 종목을 인식조차 하지 못하고) 주기적으로 기계적인 리밸런싱을 수행할 때의 이야기이고, 가치 투자처럼 개개 보유 종목을 인식하고 장기 보유하는 경우에는 투자 지속성에 있어서 배당수익율이 아주 중요하다고 한다.

숙향님의 2번째 책도 읽어봤지만, 개인적으로는 1번째 책이 더 흡입력이 높았고, 잘 읽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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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장 PBR

투자 이야기 2023. 12. 7. 17:54 Posted by UnHa Kim

 

국가통계포털에서 시장 PBR 데이터를 제공한다.

세금 써서 투자정보 수집해 주다니 감사할 따름이다.

https://kosis.kr/statHtml/statHtml.do?orgId=343&tblId=DT_343_2010_S0034

 

 

2004년부터 2023년까지 코스피 200의 PBR을 엑셀로 다운로드 받아서 그래프를 그려보았다.

 

 

2007년부터 2020년까지 무려 13년간 하향세를 그려온 것을 알 수 있다.

그리고, 지금은 1.0에도 미치지 못하는 상당한 저평가 상태에 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강환국 채널에 가면 한국/중국 증시는 향후 10년간 장기 기대 수익율은 괜찮다고 하는 게 이런 이유였구나 싶다.

실제로 2020년 이후로는 더 이상 하락하지 않고 있으니, 한국 증시에 투자한다고 해서 크게 손해볼 상황은 아닌 것 같다.

 

이렇게 장기 그래프로 보면 참 쉬운 데, 저 안의 미세한 점 하나하나에 일희일비 하면서 멘탈이 흔들리면서 살고 있으니 투자가 참 어렵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