찰리 멍거가 직접 펴낸 '가난한 찰리의 알마낙'이 한글로 번역이 안 되어 있을 때 그 대체품으로 나왔던 책인데, 지금은 '가난한 찰리의 알마낙'이 한글로 번역되어 출판되었으므로 그 가치가 약간은 희석되었지만, 여전히 참 좋은 책이다.
('이건'님이 번역에 참여한 책은 내용도 좋고, 번역도 깔끔해서 거를 책이 거의 없다.)
절반쯤 읽었는 데, '롤라팔루자' 효과라는 처음 듣는 용어가 흥미를 끌어서 조사를 해 봤다.
찰리 멍거는 여러가지 요인이 동시에 작용할 때, 개별 요인이 단순히 합쳐진 것보다 훨씬 강력한 효과가 나타나는 현상을 '롤라팔루자' 효과라고 칭한다.
원래 '롤라팔루자'(lollapalooza)는 미국에서 여러 뮤지션이 합동으로 공연하는 뮤직 페스티벌의 이름이라고 한다.
개별 뮤지션이 공연에서 끌어모을 수 있는 청중보다여러 뮤지션이 합동 공연하면서훨씬 더 많은 청중들이 모이는 현상에 비유한 듯 하다.
공개 구두 경매에서 입찰자들이 호가를 제시하면서 그 자체가 사회적 증거로 작용하면서 상호성 편향, 과민 반응 증상등 여러가지 심리적 편향이 겹치면서 경매 참여자의 판단이 흐려져서, 평소라면 불가능할 어처구니 없는 가격에 낙찰이 이루어지는 것을 '롤라팔루자' 현상으로 설명할 수 있다고 한다.
주식 참여자들이 여러가지 심리적 편향에 휘말려서 판단력이 마비되어서 비이성적인 가격 오류가 발생하여서 '효율적 시장 이론'을 믿지 않는 투자자에게 좋은 기회가 생기는 이유를 설명하는 데 있어서도 '롤라팔루자' 효과가 유용하다고 한다.
'롤라팔루자' 효과는 자연과학의 중단점(breakpoint)나 임계점(critical point)등의 개념과도 상통한다고 한다.
마치, 물이 99도까지 액체로 존재하다가, 단 1도만 높아졌을 뿐인데,. 100도에서 갑자기 기체로 변하면서 완전히 다른 물성을 갖는 것처럼, 주식 시장에서 몇 가지 심리적 편향이 겹치다보면 어느 순간에 갑자기 (1~2가지 편향으로는 불가능한) 엄청난 가격 변동이 발생하는 것도 비슷한 원리라고 설명한다.
투자에서도 기업의 재무 상황 이외에도 내부 경영 상황, 경영자 자질, 시장 상황, 경쟁 기업 상황등 여러 가지 요인이 겹쳤을 때, 크나큰 가격 변동이 발생하면서 초과 수익을 거둘 수 있으므로, 계량적 재무 분석등 1가지 요인만으로 모든 것을 판단하려고 하지 말고, 심리적 요인이나 업종 특성등 숫자로 표현할 수 없는 비계량적 요인을 포함한 여러가지 요인을 두루 고려해야 한다는 찰리 멍거 특유의 철학을 표현할 때도 '롤라팔루자' 효과는 연관성을 가지는 듯 하다.
계량 분석에만 기대어 극도로 게으른 투자를 선호하던 나로서는 이 늦은 나이에 (겉핡기 식으로라도) 심리학 공부를 해봐야 하나 고민하게 되었다.
개인적으로는 계량적인 분석과 규칙에 따른 투자법으로 훌륭한 투자자를 모방할 수 있다고 생각한 적이 있다.
주식 팩터 전략의 백테스트를 보면서 그렇게 생각하기도 했고,
투자 경험이 전무한 사람이 단 2주 간의 교육만 받고 성공적인 트레이딩을 수행한 터틀 실험에 관련된 서적을 읽을 때도 그랬다.
그런데, 몇 년 간의 실전 투자 경험을 거치면서, 스스로가 변동성으로 인한 심리적 압박을 견디지 못한다는 것을 깨달았고, 결국 '훌륭한 투자자'가 되기보다는 '폭망하지 않고 자본주의 성장의 과실을 평균만큼이라도 줏어먹는 투자자'가 되기로 목표를 수정할 수 밖에 없었다.
지금 되돌아 보면, 터틀 실험의 최고 우등생이었던 '커티스 페이스'가 심리적 압박을 견디지 못하고 투자 업계에서 조기 은퇴했다가 나이가 한참 먹은 후 투자업에 복귀를 시도하다가 실패하고 감옥 갔던 반면, 터틀 실험에서 '커티스 페이스'만큼 두각을 드러내지는 못했던 또 다른 터틀 실험 참여자인 '제리 파커 주니어'는 '체사피크 캐피털'이라는 대형 펀드사를 설립해서 성공적인 펀드 매니저로 커리어를 이어나갔으니, 결국, '훌륭한 투자자'를 구분짓는 것은 지식과 기술 이외에 심리적 요인이 큰 것 같다. (제리 파커 주니어가 CEO로 등록된 체사피크 캐피털 홈페이지 : https://chesapeakecapital.com/team/)
벤저민 그레이엄의 '현명한 투자자' 4판 서문에 다음과 같은 글이 있다.
적절한 투자 기질을 갖추는 편이 재무, 회계, 주식시장에 대해 풍부한 지식을 갖추는 것보다 더 중요하다. 지식이 다소 부족하더라도 투자 기질을 갖춘 '평범한 사람들'이 돈을 훨씬 더 벌고 유지한 사례가 많다.
유동성이 낮아서 장중에 보통 주문으로는 체결되지 않은 채, 동시 호가 시간이 도래하고, 전략 수행의 슬리피지(시간적 지연)가 과도하게 커지는 것을 방지하기 위하여, 주문 체결 우선권을 가질 목적으로 현재가에서 약간 벗어난 호가를 제출하거나, 시장가 주문을 제출하면, 해당 날짜에 유동성이 유독 낮은 경우가 걸리면 아주 소액의 주문만 체결되었는 데도 거래소로부터 경고가 날라오기도 한다.
심지어 20만원짜리 주문 때문에 경고를 받은 적도 있다.
(20만원으로 시장을 왜곡한다고요??)
KRX의 시장 모니터링 시스템이 거래 규모는 고려하지 않고, 개별 종목의 유동성이나 특수성을 무시한 채, 무차별적으로 경고를 남발하는 것으로 보인다.
어쨌든, 다음날 증권사 직원으로부터 경고 전화를 받고 나면 하루종일 기분 망치는 것이 사실이다.
고의로 나쁜 짓을 한 것도 아니고, 수십 종목으로 분산되어 있어서, 개별 종목 매매 금액은 정말 작은 데, 그걸 가지고 트집잡는 KRX의 수준 낮은 모니터링 시스템이 원망스럽지만 KRX는 개선 의지가 전혀 없는 것 같다.
그렇다고 슬리피지가 무한정 늘어나는 것을 용인할 수도 없으니, 그나마 거래가 가장 활발한 동시 호가 주문 시간에 주문 체결 우선권을 포기할 수도 없는 노릇이다.
최근에는 경고를 거의 안 받고 몇 달을 보냈는 데 오늘 또 다시 경고 전화를 받았다.
답답한 마음에 증권사 직원에게 이렇게 작은 금액의 주문이 도대체 왜 경고를 받는 지 물어봤더니, 주문 호가가 장중 고가/저가를 넘어서거나 근접하면 경고가 발생되는 것 같다는 말을 들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