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스 클라만'이 1991년에 저술한 'Margin of Safety'(안전 마진)을 읽었다.
1991년에 출간 당시에는 판매가 부진해서 1쇄만 찍고서 바로 절판해 버렸는 데, 시간이 지나면서 '세스 클라만'의 명성이 올라감에 따라 이 책도 열렬한 추종자를 얻어서 아마존에서 중고책이 900달러 넘게 팔리는 귀한 몸이 되었다.
정품 전자책도 없어서, 이 책을 읽으려면 어쩔 수 없이 해적판 PDF파일을 구해서 읽어야 한다.
검색 엔진에 'Margin of Safety pdf'로 검색하면 영문판은 물론 한글 번역판 PDF까지 쉽게 구할 수 있다.
개인적으로 한글 번역 PDF는 내용이 눈에 잘 들어오지 않아서,
AI 한글 번역 위주로 읽고 이해되지 않는 부분만 영어 원문을 읽었다.
책에 소개된 '가치 투자' 이론은 '벤저민 그레이엄'의 '현명한 투자자'에 나온 '가치 투자' 이론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는다.
다만, 전반적으로 가독성이 더 좋고, 가치 투자의 필요성과 비교 우위에 대해서 좀 더 자세하게 서술해 놓았다.
특히, 금융 기관이 일반 대중을 상대로 행하는 자산 운용 행태에 대해서 신랄한 비판을 해 놨는 데, 이 책이 1쇄만 찍고 절판한 이유 중에는 동종 업계 종사자들과의 사회적 관계로 인한 부담감도 작용하지 않았나 추정된다.
1980년대 정크본드 버블 붕괴 역사에 나오는 CBO는 (2007년 서브프라임 모기지 사태 혹은 리먼 사태로 대변되는) 2000년대 중반의 미국 부동산 투기 버블 붕괴에 핵심적인 역할을 했던 CDO와 거의 유사한 금융상품이었고, 인간의 실수는 반복된다는 것을 재차 확인할 수 있었다.
월스트리스 자산 관리 업계는 보상 구조가 잘못 짜여져 있어서 '투자 수익율'이 아니라, '운용 자금 규모'에 따라 '펀드 매니저'의 보상이 커진다. ( '운용 자금 규모'의 고정 비율을 수수료로 취득하는 구조.)
고객의 입장에서는 '높은 수익율'이 중요하지만, 펀드매니저 입장에서는 단기적으로 '최저 수익율'을 피해서 경쟁사에게 투자금을 빼앗기지 않고 '운용 자금 규모'을 유지하는 것이 최우선 과제가 된다.
그래서, 장기적으로 높은 수익율을 올리는 전략일지라도, 단기적으로 리스크를 감수해야 하는 전략은 쓰지 않고, 장기적으로 그저그런 애매한 수익율을 올리는 전략일지라도, 단기적으로 경쟁사에게 뒤지지 않는 그저그런 안전한 전략만 구사하게 된다.
즉, 일반 대중은 전문가에게 투자금 운용을 맡길 때 전문성을 발휘하여 높은 수익율을 올리기 위해서 최선을 다할 것이라고 기대하지만, 실제로는 그 전문가들은 자신의 이익을 위해서 단기적인 리스크만 피하면서 평균에 가까운 그저그런 수익율을 내는 방식으로 운용하기 마련이다.
이 문제는 '운용 자금 규모'가 커질 수록 수익율을 올리기 힘들어지는 문제가 겹쳐서 소중한 자산을 맡긴 고객에게는 일방적으로 불리한 구조가 된다.
찰리 멍거가 잘못된 인센티브 구조에 대한 언급을 여러 번 했는 데, 그게 이 뜻이었구나 뒤늦게 깨달았다.
(다만, 큰 실수를 반복하는 개인투자자는 직접 운용하는 것보다 차라리 이렇게 평균적으로 운용되는 나을 수도 있다.
즉, 금융 업계의 자산 운용 방식은 개인투자자의 큰 실수를 줄여주는 것이 그나마 장점이다.)
결국, 높은 수익율을 위해서는 금융 업계에 널리 퍼진 단기적이고, 상대적인 평가 방법에서 벗어나서, (단기적으로는 평균을 하회하는 리스크를 감수하고서라도) 장기적이고, 절대 수익율 기준의 투자 방법으로서 '내재 가치'와 '시장 가격' 간의 차익 거래로서 가치 투자의 비교 우위를 설명한다.
그 외에 절대적 가치 평가의 어려움에 대한 설명과 그로 인해서 가치 평가는 '정확한 값'이 아니라 '대략적인 범위'로 파악할 수 밖에 없다는 점을 설명하면서, 널리 인정받은 가치 평가 방법 3가지를 소개한다.
책 후반부에는 특수한 상황에 대한 투자 기법에 대한 세부적인 내용이 몇 가지 나오는 데 너무 어려워서 대충 넘겨버렸다.
이 부분을 제외하면 전반적으로 영어 원문의 가독성은 훌륭하며 술술 읽히는 느낌이다.
책 전반적인 느낌을 표현하자면 '벤저민 그레이엄'이 손실에 대한 방어적 태도에 중점을 뒀다고 한다면,
'세스 클라만'은 일반 대중에게 불리하게 짜여진 금융 환경에서 벗어나, 좀 더 비교 우위를 가진 투자 방법론으로서의 가치 투자의 필요성에 대한 긍정적인 어법이다.
그럼에도 단점은 있으니, 가치 투자를 일관되게 실행한다는 것이 심리적으로 얼마나 어려운 것인지에 대한 언급이 거의 없다는 점이다.
(성장주 중심의 시장에서 평균을 하회할 때의 버틴다는 것은 정말 어렵다.)
특히, 책에는 하락장에서 가치 투자가 빛난다고 서술해 놨는 데,
개인적인 경험으로는 저평가 종목도 하락장에서는 바닥을 뚫고 지하로 파고 드는 경우도 흔하다.
(인간의 비합리성은 위쪽이든 아래쪽이든 그 끝을 가늠할 수 없는 것은 마찬가지이다.)
'가치 투자'라는 게 초심자가 책 몇 권 읽고 덜컥 뛰어들면 정신적으로 호되게 당하기 마련이다.
찰리 멍거가 직접 펴낸 '가난한 찰리의 알마낙'이 한글로 번역이 안 되어 있을 때, 찰리 멍거 마니아인 김재현님이 답답한 마음에 대체품으로 찰리 멍거의 명연설 위주로 엮어서 출판되었던 책인데, 지금은 '가난한 찰리의 알마낙'이 한글로 번역되어 출판되었으므로 예전에 비해 가치가 약간은 희석된 면이 있다.
그럼에도, 투자 서적 번역계의 거장 '이건'님이 번역에 참여했기에 내용도 좋고, 번역도 무척 깔끔해서, 한 번 잡으면 계속 읽게 된다.
이 책은 투자/경제에서 벗어난 여러 학문의 핵심 개념을 아우르는 다면적 사고 방식의 중요성에 대한 내용이 많은 부분을 차지한다.
투자에 관련된 부분조차 상당 부분이 심리학 혹은 행동경제학에 관한 내용이다.
책 전체에 흐르는 기조는 평균을 뛰어넘는 초과 수익율 달성을 위해서는 남보다 우수한 분석, 엄청난 인내심, 과감한 실행력이 겸비되어야 한다는 것인데, 한 마디로 프로의 세계에서 앞서가려면 남달리 잘 해야한다는 것이다.
대부분의 일반인에게 많은 분석과 엄청난 인내심을 가지고 3~4개의 좋은 기회가 올 때까지 기다린다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하다.
(살 뺄려면 적게 먹고 운동하면 된다는 것을 알고 있지만, 대부분의 경우 다이어트 성공율은 지극히 낮다.
뻔히 알아도 실행할 수 없는 것이 존재한다.)
대부분의 일반인에게는 (찰리 멍거처럼 특출나게 잘 하는 것보다는) 어처구니 없는 실수를 줄이는 것이 더 중요하다.
대한민국 주식 투자자 70%는 종목 1~2개에 몰빵 투자를 하고, 90%의 확률로 5년 내로 투자 원금을 모두 잃는다.
이런 상황에서 찰리 멍거처럼 면밀한 분석 끝에 3~4개 종목에 집중 투자를 한다는 게 가능할까?
일반인의 입장에서는 좀 더 따라하기 쉽고, 치명적인 실수를 줄여주는 '벤저민 그레이엄'의 방어적 투자법이 더 적합한 것 같다.
- 주식 이외에 채권등 다른 자산군에도 분산 투자
- 주식조차도 분산해서 종목 분석 실수로 인한 충격 완화.
- 저평가 된 종목만 보유.
(저평가 종목의 장기 수익율이 좋은 이유는 상승율이 높아서가 아니라, 하락율이 낮아서이다.
수익/손실 비대칭성으로 인해서 하락율이 낮은 게 장기적으로 복리 수익율 면에서 유리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단순 경제학에서 벗어나 폭넓은 학문의 개념을 받아들이고 단순한 계량적인 분석에서 벗어나서 심리학, 업종, 시장 경쟁등 여러 관점에서 분석하는 태도가 필요하다는 찰리 멍거의 주장은 지금은 똥손이지만, 미래에는 고수가 되기를 꿈꾸는 투자자라면 새겨들어야 할 조언인 것 같다.
게다가, 공모형 펀드의 경우 거품이 잔뜩 낀 활황장에 자금이 쏟아져 들어오고, 저평가 된 종목이 넘쳐나는 매수 기회에 (하락장에 지친 일반인들의 환매로 인해) 자금이 빠져나가는 아주 고약한 운용 환경이다.
피터 린치는 이렇게 불리한 환경에서 워렌 버핏보다 더 높은 수익율을 기록했다.
물론, 피터 린치가 활동한 1980년대에 미국 주식시장은 활황이었다는 행운도 있었다.
그러나, 1987년 블랙먼데이, 1990년 걸프 전쟁 같은 예상하지 못한 악재를 겪으면서도 이루어낸 성과이다.
피터 린치는 '월가의 영웅'이라는 책이 가장 유명하지만, 해당 서적은 일반인도 쇼핑몰 한 번만 둘러보면 전문 펀드 매니저를 넘어서는 성과를 올릴 수 있을 것 같은 착각을 불러일으키기로 악명이 높았다.
이 책 서문에 '오해 3가지'에서 해명하긴 하지만 유의해야 한다.
어쨋든, 이 책의 내용도 유머가 넘치는 문체로 투자에 도움이 되는 알찬 내용이 많다.
주말 걱정 증후군.
대부분의 사람들은 주말이 되면 모처럼 시간적 여유가 생겨 TV와 신문에 보도되는 암울한 뉴스를 진지하게 받아들인다. 뉴스를 보면 인류의 미래는 암울할 수 밖에 없다. (... 중략 ...) 투자자들에겐 뉴스를 너무 진지하게 받아들이는 것은 매우 위험한 습관이 될 수 있다. (... 중략 ...) 실제로 월요일에는 매도 주문이 쏟아지는 경향이 있고, 역사적으로도 월요일에는 큰 폭의 하락이 많았다. (... 중략 ...) 새로 닥친 위기는 항상 이전 위기보다 더 심각해 보인다. 그래서, 악재를 무시하는 것은 언제나 어렵다. (... 중략 ...) 주식 투자의 성공 비결은 신념을 잃지 않는 데 있다. (... 중략 ...) 지난 70년간 주식시장이 다른 어떤 투자대상보다 더 높은 수익율을 기록해 오는 동안 10% 이상 급락한 적이 40번이나 있었고, 이 중 13번은 33%가 넘는 무시무시한 급락이었다. (... 중략 ...) 주가 하락은 놀라운 일도, 특별한 일도 아닌 일상적인 일일 뿐이다. (... 중략 ...) 20세기에 미국 증시가 40번의 약세장을 경험했다는 사실은 암울한 시기를 지날 때마다 나에게 큰 위안이 된다. 지난 번과 마찬가지로 이번 하락 역시 우량 기업의 주식을 할인가에 살 수 있는 절호의 기회라는 사실을 깨닫게 해 주기 때문이다.
투자 전략의 유연성
여러가지 운용 스타일과 철학을 가진 몇 개의 펀드에 투자할 수 있다. (... 중략 ...) 시장은 변하고 여건도 변한다. 한 가지 운용 스타일이나, 한 종류의 펀드가 항상 성공하기는 어렵다. 임의로 한 쪽만 선택하면 엄청난 대가를 치를 수도 있다.
일반 주식형 펀드, 가치 펀드, 안정 성장 펀드, 소형 성장 펀드, 재료보유주 펀드등 대략 6가지의 주식 펀드 유형을 설명한다.
각각의 투자 스타일이 수익창출력이 있음을 인정하고, 특정 투자 스타일에 편향되지 않고 골고루 사용하는 유연한 사고 방식이 인상깊었다.
성장주 투자로 성공한 사람의 책을 읽어보면 가치 투자야 말로 답답하고, 켸켸묵은 것이고,
가치주 투자로 성공한 사람의 책을 보면 성장 투자야 말로 대폭락이 예정된 위험하기 그지없는 불장난의 연속일 뿐이다.
대형주로 성공한 사람에게 소형주는 변동성이 너무 큰 위험한 지뢰밭일 뿐이고,
소형주로 성공한 사람에게 대형주는 느려터지고 답답한 고구마밭일 뿐이다.
피터 린치는 성과를 높이기 위해서 이 모든 투자 기법을 이해하고, 골고루 사용했다.
투자 스타일 뿐만 아니라 소형주와 대형주도 시기에 따라 어느 한 쪽이 상대적으로 더 유리한 지 바뀐다고 한다.
대형주로 이루어진 S&P500 지수 포함 종목과 소형주로 이루어진 뉴 호라이즌 펀드 종목의 평균 PER를 보면, 소형주와 대형주는 주기적으로 강세 시기가 바뀐다.
국가 통계 포털 사이트에서 확인한 시장 PBR/PER 지수이다. (2023년 12월 기준)
소형주 전략에서 주로 투자하는 코스닥 소형주가 PBR 기준으로도 코스피 대형주보다 더 높을 정도로 고평가 되었고, PER기준으로는 말도 안 되는 수준이다.
즉, 코스닥 소형주가 코스피 대형주보다 수익창출력은 1/20에 불과한 데, 가격은 오히려 더 비싼 상태이다.
이러니 소형주 전략이 부진할 수 밖에 없다.
지난 2~3년 간 소형주 전략의 부진이 지속되었는 데도 이유를 모르고 있다가, 이 책에 나온 대형주와 소형주 간의 비교 그래프를 보고 나서야 의문이 풀린 느낌이다.
코스닥 소형주의 고평가가 해소되기 전까지는 당분간 투자 유니버스를 시가총액 하위 종목으로 국한짓는 전략은 보류해야 할 듯 하다.
결론적으로 투자 스타일이나 시가총액 기준 유니버스가 다른 여러가지 전략을 병행 운용하는 것이 안정적인 투자 성과에 유리하다는 피터 린치의 조언이 한국 상황에도 유효한 것 같다.
그 외 개인적으로 제 15장 경기순환주 투자 관련 내용이 유용했다.
대부분의 주식에서 PER가 낮다는 것은 좋은 징조로 여겨진다. 하지만, 경기순환주에서는 그렇지 않다. 경기순환주의 PER 매우 낮다면 이는 호황기가 막을 내렸다는 의미이다. (... 중략 ...) 현명한 투자자들은 매도 행렬을 피하기 위해 이 때 경기순환주를 처분한다. (... 중략 ...) 주가가 떨어지면 PER는 떨어지고, 이 때문에 초보 투자자들에게 경기순환주는 더욱 매력적으로 느껴진다. 하지만, 이 때 경기순환주를 사면 값비싼 대가를 치르게 된다. (... 중략 ...) 몇 년간 기록적인 이익 상승세를 보인 후 PER가 바닥을 쳤을 때, 경기순환주에 투자하는 것은 짧은 기간 내에 투자금의 절반을 잃어버리는 가장 확실한 방법이다. (... 중략 ...) 경기순환주 투자는 예측의 게임이기 때문에 수익을 내기가 두 배로 더 어렵다.
벤저민 그레이엄의 '현명한 투자자'에도 '소외된 대형주' 전략을 설명하는 내용 중 '실적의 변동성이 매우 큰 종목'(경기순환주)의 경우 특수성을 고려해야 한다고 설명하며, 'PER이 해당 종목 과거 평균 PER보다 낮아야 한다'는 조건(혹은 필터)를 사용할 것은 권장한다.
이 내용을 읽는 순간 건설, 철강, 제지등 대표적인 경기민감 업종 종목을 많이 보유하고 있다는 것을 깨달았다.
해당 종목들은 하나 같이 저PER, 저PBR이라서 아무리 봐도 매력적인 저평가 종목으로 보이는 데, 이게 다 '경기순환주의 함정'이었던 것이다.
피터 린치는 성장주 투자자로 알려져 있지만, 책 내용에는 가치투자에 대한 빼어난 묘사가 나온다.
모든 주식 뒤에는 기업이 있다. 몇 달간, 심지어 몇 년간 기업의 실적과 주가가 따로 노는 경우도 종종 있다. 그러나, 장기적으로 보면 기업의 실적과 주가는 100% 같이 가게 되어 있다. 장기적으로 기업의 성공과 주식의 성공은 100% 상관관계가 있다. 기업의 성공과 주식의 성공 사이의 괴리가 돈을 벌게 해주는 핵심 요인이다. 인내심은 보답받으며, 성공하는 기업의 주식을 갖고 있어도 역시 보답받는다.
피터 린치의 유튜브 강의 영상을 보면 최고의 수익율을 올린 종목들은 5~7년째 성과를 냈다고 한다.
피터 린치의 사례도 '투자는 기다림이 70%'라는 말이 적용되는 것 같다.
이 책은 마치 주식투자란 쉬운 것이라는 오해를 불러일으킬만한 과도한 긍정적인 분위기가 있다.
대부분의 펀드 매니저는 종목 선정에 많은 제약을 받으며, 수익 잠재력은 높은 종목보다는 욕 먹지 않을 안전한종목 위주로 투자하다보니 (큰 실수도 피하지만) 펀드 수익율이 대체로 보잘 것 없다고 한다.
피터 린치 본인이 근무하던 직장은 제약 없이 좋아하는 종목을 선정할 수 있는 환경이었것을 주요 성공 요인으로 꼽는다.
제 1장에는 중학생들이 '투자 대상 기업 조사/분석', '분산 투자'와 같은 기본적인 규칙을 지켜며 선정한 종목들이 전문 펀드 매니저의 평균 성과를 훨씬 뛰어넘었다는 일화가 나온다.
불행하게도 현실에서는 대부분 주식 투자자는 '기본적인 규칙'을 지키지도 않고, '종목 선정의 자유'를 제대로 활용하지도 않는다.
한국 주식 투자자들은 대개 (자기가 조사/분석해서 선정한 종목이 아니라) 언론과 유튜브에서 미래가 유망하다고 추천한 종목을 (5개 이상의 분산 투자가 아니라) 3개 이하로 집중 보유한다.
이렇게 책에 나온 중학생보다도 못한 투자 패턴을 반복하므로, 일반인의 투자 성과는 전문 금융업 종사자보다 못한 경향이 있다.
투자운용이란 철저한 분석을 바탕으로 원금의 안전과 만족스러운 수익을 약속하는 것이다. 이런 요건을 충족하지 못하는 운용은 투기다.
'현명한 투자자'에서 해당 내용을 처음 읽을 때는 '뭐 좋은 말이네.' 정도이지 그 의미를 정확히 이해하지는 못했다.
'증권 분석'에서 여러가지 배경 설명을 읽은 후에야 제대로 이해할 수 있었다.
1. 철저한 분석
: 이 책이 쓰여지던 시절 즈음에 채권은 안전하다는 고정 관념으로 인해서 자세히 알아보지도 않고 철도 채권이나 부동산 담보 채권에 투자했다가 채권이 휴지조각이 되는 사태가 만연했던 듯 하다.
(놀랍게도 100년 후 서브프라임 모기지 사태 때 부동산 담보 채권이 휴지조각이 되는 사태가 반복되었다.)
1929년 대공황 직전까지 주식 상승세가 지속되자 가격을 따지지 않고 빚내어서 주식투자하다가 주식 대폭락이 발생했다.
(놀랍게도 80년 후 닷컴버블 때 IT주식이 대폭락하는 사태가 반복되었다.)
제대로 된 분석없이 고정 관념이나 시장 분위기에 휩쓸려서 투자하면 막대한 손실을 초래한다는 점에서 제대로 된 투자의 첫번째 조건으로 '철저한 분석'을 꼽았다.
2. 원금의 안전과 만족스러운 수익
대부분의 투자 실패는 고수익에 현혹되어 투자 원칙을 어기고 무리한 투자를 하다가 발생한다.
투자 활동의 목표인 수익에 신경을 쓰되, 단지 최고 수익보다는 적절한 리스크 범위 이내의 만족할만한 수익을 목표로 둘 간의 균형을 잡아야 한다는 의미이다.
주기적인 버블 형성 및 붕괴의 역사를 생각해보면 균형을 유지한다는 것이 생각보다 대단히 어렵다고 한다.
제 31~34장에서는 손익계산서의 당기순이익이 조작 혹은 오해로 인해서 회사의 수익력을 잘못 판단하게 되는 다양한 사례가 나온다.
재무제표에 나온 당기순이익 수치를 보정하려면 상당한 회계 지식이 필요해 보이며,
이는 전문적인 가치 투자자에게는 기본 소양이겠지만, 일반인에게는 쉽지 않아 보인다.
전문 가치투자자는 조작이 쉬운 당기순이익보다는 '잉여현금흐름(FCF)'을 더 신뢰한다고 한다.
문제는 한국에서 가치 팩터로 '잉여현금흐름(FCF)'을 넣고 백테스트를 돌려보면 PER보다 수익율이 낮게 나온다.
상대적으로 자주 리밸런싱 한다면 일반 대중의 접근성이 높아서 시장에서 좀 더 빠른 반응을 불러오는 PER이 유리하지만, 보유 기간이 긴 가치투자자에게는 내재가치 누적 혹은 주주환원 여력을 나타내는 '잉여현금흐름(FCF)'가 더 유효한 게 아닐까 싶다.
상대적으로 조작은 힘들지만, 백테스트 결과는 양호한PSR, PCR등의지표들을 PER과 혼합해서 사용하면 백테스트 결과가 개선되는 이유가 당기순이익이 조작되면서 발생한 PER의 오류가 희석되기 때문인건가?? 생각해 본다.
제 35, 36장은 통째로 누락되어 있다.
제 37~39장은 기업 수익 창출 능력 분석할 때 주의할 점에 대한 많은 전문적인 내용이 나온다.
전문 가치투자자들은 투자 결정을 할 때 정말 많은 변수를 고려하는구나 느꼈다.
제 39장에서 증권 분석에 일반적인 원칙이란 존재하지 않으며 판단 기준도 때에 따라 바뀌기에 (대략적인 범위만 파악할 뿐) 정확한 평가는 불가능하다는 내용이 인상적이었다.
정확한 평가가 불가능하기에 안전 마진을 충분히 둬서 실수를 피하려고 하는 것이리라.
제 40장 자본 구조 에서는 적절한 부채는 주식 가치(자본 수익율)를 높이는 이유에 대해서 자세히 설명된다.
동시에 과도한 부채는 오히려 주식 가치를 갉아먹는 것도 설명된다.
제 41장에 저가주 관련 내용이 나온다.
템플턴이 1달러 이하 저가주로 큰 수익을 거둔 이야기를 듣기는 했고, 백테스트 상에서도 종가가 낮은 경우 마치 가치 팩터와 비슷한 초과 수익율이 나오는 것은 들었지만, 변동성 또한 커지므로 초과수익이 고위험의 댓가라면 굳이 쓸 메리트가 없다고 생각해서 그동안 사용하지 않고 있었다.
그러나, 41장 내용에 따르면 저가 주식이 비록 변동성은 높지만, 상승장에서 고가주 대비 더 많이 상승하며, 약세장에서 고가주보다 더 하락하지는 않는다고 한다.
즉, 변동성은 크지만 손실의 리스크가 큰 것은 아니라고 한다.
다만, 진정한 저가주는 유동성이 낮아서 매매가 드물고, 거꾸로 고평가 된 사이비 저가주(특히, 신규 공모주)의 거래가 활발하다고 하므로 엄밀한 분석이 필요하다고 한다.
가치 팩터를 통해서 고평가된 사이비 저가주 종목을 걸러낼 수 있다면 종가 팩터 적용을 검토해야 할 것 같다.
기나긴 의문에 대한 답을 '증권 분석'에서 찾다니 기분이 묘하다.
파트 6, 제 42~45장은 재무상태표(대차대조표) 분석에 대한 내용이다.
제 42장에는 PBR로 대표되는 장부가치의 중요성에 대해서 설명된다.
장부가치의 의미가 퇴색된 이유는 고정자산의 가치가 취득원가와 무관하고, 실제 매각가격이나 기업의 실적과도 관계가 없어서 내재가치와 상관이 있는 지 의문스럽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주식이 장부가치보다 훨씬 비싸게 거래되는 것(고PBR)은 자본이익율(ROE)가 높기 때문이고, 이렇게 높은 자본이익율은 경쟁자를 끌어들이므로, 높은 자본이익율은 (경제적 해자가 없다면) 오래 지속되기 어렵다.
반대로 주식이 장부가치보다 훨씬 저렴하게 거래되는 것(저PBR)은 이익이 비정상적으로 낮기 때문이며, 이런 상황에서는 새로 진입하는 경쟁자가 없고, 기존 경쟁자는 시장에서 철수하므로 장기적으로 자본이익율(과 더불어 주가)도 정상으로 회복되는 '평균회귀' 경향이 있다.
다만, '무형자산'도 유형자산만큼 가치가 있으며, 경제여건이 호전되면 자본투자 수요가 적은 (즉, 무형자산의 역할이 중요한) 기업이 대개 더 빠르게 성장하므로 수익성이 더 높다.
즉, PBR은 완전히 무시할 수는 없지만, 한계도 있다.
31~33장에 나온 PER지표의 낮은 신뢰성과 더불어 42장에 나온 PBR지표가 평균회귀 현상의 원동력이 되는 메커니즘을 이해하게 되니 PBR팩터의 필요성을 깨닫게 되었다.
이 또한 오래된 고민에 대한 답을 '증권 분석'에서 찾은 또 다른 사례이다.
제 43장은 순유동자산 가치 혹은 청산가치 가치에 기반한 염가 주식 선정, 즉 NCAV전략이 설명된다.
전략의 구성 자체에 많은 매력을 느끼고 오랫동안 사용해 왔기에 다 아는 내용일거라고 생각했으나 그건 착각이었다.
NCAV전략 운용에 있어서 놓치기 쉬운 주의점이 잘 설명되어 있다.
상황 개선(업황 개선, 경영자 교체, 매각/합병, 청산) 전망(촉매??)이 확실한 종목을 우선 선정해야 하며,
과거 평균 수익력이 높았거나 유동 자산 이외의 다른 실적이 매력적인 종목을 선정해야 한다.
유동자산이 빠르게 감소했고, 이런 추세가 개선되지 않는 (적자 지속) 기업은 피해야 한다.
전반적인 주가 수준이 지나치게 높지도 낮지도 않은 상황에서 좋은 성과를 얻을 수 있다.
활황장에서 NCAV주식을 매수하면, 이후 하락장에서 NCAV주식도 함께 하락한다.
침체장에서는 NCAV주식보다는 저평가 선도주식의 가격 회복(상승)이 더 빠르다.
손익계산서가 아닌 재무상태표(대차대조표)만으로 저평가 여부를 판단하는 기준을 찾았다는 점에서 NCAV 전략은 아주 독특하다.
벤저민 그레이엄 본인이 대공황을 혹독한 겪었기에 그 어떤 경제 위기가 와도 망하지 않을 기업을 찾다가 개발된 게 아닐까 싶을 정도로 NCAV 전략은 (수익성은 물론) 절대 망하지 않을 종목을 찾아내는 안정성을 겸비했다.
NCAV전략이 개발된 지 100년이 되어가는 데도 여전히 유효하다는 면에서 유례를 찾기 힘든 훌륭한 전략이 아닐까 생각된다.
(개발된 후 책에 나오거나 널리 퍼진 후 수익력을 상실한 전략이 수없이 많다.
참고로, 2024년 현재 한국 주식 시장에는 NCAV 주식이 상당히 많다.)
제 44장에서 경영진과 주주의 이해상충을 다루는 데, 다음 내용은 많은 생각을 하게 했다.
주주들이 회사 자본을 축내면서까지 종업원들에게 일자리를 제공해야 하는 것은 아니다.
주주 입장에서 (경제적으로) 비합리적인 경영자의 행태가 갑갑해서 저런 말이 나오는 것은 이해는 된다.
최근 미국에서 구조조정을 통해서 수익율을 끌어올리는 경영자들이 유능하다고 인정받는 게 당연한 상황이니까.
반면, 미국 노동자층에서 트럼프 지지라는 거대한 반작용이 발생하고 있는 점도 생각해 볼 문제이다.
한국 제조업 평균 수익율 3%, 대기업 제외 중소 제조업 평균 수익율 겨우 1%이다.
중소기업 사장님이 창업 자금을 예금에 넣고 이자를 받는 게 더 유리한 수준이다.
절반이 넘는 중소기업은 이자 비용조차 감당하지 못하는 좀비 상태이고, 이렇게 열악한 중소기업이 한국 전체 고용의 대부분을 담당하고 있다.
경제적 논리로는 이미 정리해야 할 기업들이 수두룩 하지만, 책에 나온대로 회사 자본을 축내지 않기 위해서 청산하거나 구조조정을 하는 게 반드시 옳은 것인지는 생각해 볼 여지가 있다고 본다.
주주 입장에서야 가격이 정체된 주식을 팔고, 다른 종목으로 갈아타면 그만이지만, 기업 구성원 입장에서는 청산/구조조정이 인생에 크나큰 영향을 주는 상당히 뼈아픈 문제라는 점에서 상당히 비대칭적이다.
산업 구조조정 시기를 놓치고 저부가가치 산업에 머무르면서, 임금 상승 및 노동 인구 감소로 막다른 골목에 내몰린 한국 경제 상황을 생각하면 가슴이 아프다.
45장 대차대조표 분석에서는 부채로 인한 위험이 언급된 후 다른 많은 분석거리를 언급한다.
내 수준에서는 부채 비율 이외의 설명은 너무 전문적인 내용으로 느껴진다.
데이비드 에이브럼스라는 분이 쓴 파트 7 해설에 인상적인 글귀가 있다.
값싼 소프트웨어와 인터넷 거래 덕분에 지금은 투자가 쉬워보인다. 주식을 사기가 인터넷으로 책 사는 것만큼이나 쉽고 간편하다. 주식시장에서 돈 번 사람이 많다보니, 사람들은 노력하지 않고서도 아무나 부자가 될 수 있다고 믿게 되었다. 잘못된 생각이다. 내가 알기로 주식시장에서 부자가 된 사람들은 모두 열심히 노력한 사람들이다. (.... 중략 ...) 그레이엄과 도드는 성공하려면 노력과 인내심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 중략 ...) 조울증 환자 '미스터 마켓'도 그레이엄과 도드가 만들어낸 인물이다. 미스터 마켓은 우리에게 친구가 될 수도 있고, 적이 될 수도 있지만, 그의 조언을 절대 받아들이면 안 된다.
'현명한 투자자' 8장에는 같은 말을 '주식 매매를 강요당하는 일이 없으며, 현재 주가를 항상 무시해도 되며, 필요할 때만 주가를 확인하고 이용하면 된다.'라고 표현되어 있는 데, '조울증 환자 미스터 마켓의 조언을 절대 받아들이면 안 된다.'라는 표현이 시장 변동성을 대하는 태도에 대한 지침을 좀 더 명확하게 알려주는 느낌이다.
제 48, 49장은 건너뛰었다.
제 50장 '가격과 가치의 괴리 1'에 다음과 같은 글귀가 나온다.
투기자는 대세의 흐름이 바뀌는 시점을 정확하게 측정하여, 바로 그 시점에 대세에 합류하려고 한다. 그러나, 이런 시도가 성공하는 경우는 드물다. (... 중략 ...) 투기자들은 주식이 싸서가 아니라 더 오를 것 같아서 사고, 비싸서가 아니라 더 내릴 것 같아서 판다. 따라서, 투기자의 관점과 분석가의 관점 사이에는 근본적인 차이가 있으며, 이 차이 때문에 반복하게 된다. (... 중략 ...) 사람들은 대개 전망이 보통 수준인 '염가종목'에 분산투자하는 대신, 매우 비싼 가격을 치르더라도 전망이 밝은 주식을 사려고 한다. (... 중략 ...) 장기간 분석에 비추어 보면, 기업의 장래 전망을 신중하게 판단하고, 지표상 시장이 지나치게 과열된 시점을 피한다면, 확실히 저평가된 주식에 투자하는 기법은 성공확률이 매우 높다. (... 중략 ...) 우량주들은 경기 순환기의 특정 시점에서만 과대평가되거나 과소평가되지만, 비우량주 중에서는 언제든지 과소평가된 종목을 찾을 수 있다. (... 중략 ...) 비우량주들의 주가는 (... 중략 ...) 사람들의 관심이 부족할 때에는 실적이 주가에 좀처럼 반영되지 않는다. 그러나, 주가조작 세력이든 일반인이든 비우량주에 관심이 쏠리면, 주가는 실적에 극단적으로 반응한다. (... 중략 ...) 시장이 위험할 정도로 과열되었다고 판단되면, 분석가는 아무리 싸 보이더라도 잘 알지 못하는 주식을 추천해서는 안 된다. 시장이 전반적으로 대폭 하락하면 모든 종목이 악영향을 받게 되며, 거래량이 부족한 종목은 매물 압박을 받아서 더 심하게 하락할 수 있다.
제 50장 내용을 지금 보면 가슴 아픈 과거의 실수가 여럿 떠오른다. ㅠ.ㅠ
제 51장 '가격과 가치의 괴리 2' 에 다음과 같은 글귀가 나온다.
증권분석에서는 예기치 않은 사건에 대비하라고 강조한다. 우리는 안전마진을 확보하여 위험에 대비한다. 그러면 우리가 투자한 증권이 생각했던 것보다 매력이 떨어지더라도 여전히 이익을 낼 수 있다. 그러나, 시장분석에는 안전마진이 없다. 맞든지 틀리든지 둘 중 하나인데, 틀리면 손실이 발생한다. (... 중략 ...) 시장분석이 증권분석보다 더 쉽고, 단기간에 더 많은 돈을 버는 것처럼 보일 지도 모른다. 바로 이런 이유 때문에 장기적으로 더 실망하기 쉽다. 월스트리트든 다른 어떤 곳이든, 쉽고 빠르게 돈 버는 방법은 존재하지 않는다. (... 중략 ...) 평균 이상의 지능을 갖추고 노력을 기울이는 사람이라면 소액 투자자라도 증권분석을 실행하여 (... 중략 ...) 종목들을 발굴할 수 있다.
마켓 타이밍에는 안전마진이 없다는 말이 맞다는 것을 알면서도 마켓 타이밍의 유혹은 너무나 강렬하다.
벤저민 그레임의 저서 3권('현명한 투자자', '재무제표 읽는 법', '증권 분석')을 읽었는 데,
일반인을 위해서 쉽게 쓰여졌다는 '현명한 투자자'와 '재무제표 읽는 법'은 무척 까다롭게 느껴졌고,
오히려 그렇게나 까다롭다는 '증권 분석'이 술술 잘 읽히는 느낌이다.
너무 전문적인 내용은 건너뛰면서 읽으면 770페이지에 달하는 분량이 부담스럽지 않고, 다 읽을 때까지 손에서 책을 놓을 수가 없었다.
'이건'님이 정말 심혈을 기울여서 매끄럽게 번역하신 것 같다.
그동안 혼자 고민하던 문제가 해결되기도 하고, 나의 부끄러운 실수들을 돌아보기도 하며, 너무 흥미진진하게 읽었다.
80년 전에 쓰여진 책이 지금까지도 핵심을 찌른다는 게 놀라울 따름이다.
주식 투자에 관심이 있는 사람이라면 꼭 한 번은 읽어볼만한 필독서로 여겨진다.
워렌 버핏이 '현명한 투자자'를 최고의 투자서적이라고 칭하는 이유는 '미스터 마켓'에 대한 내용 때문인 듯 하다.
최준철, 홍진채 같은 유명 가치투자자의 책 소개 영상을 보고 흥미가 생겨서 읽어봤는 데, 내용이 굉장히 독특하다.
저자는 투자 경력 약 15%의 수익율을 기록했는 데,
15%라는 게 얼핏 보면 별 거 아닌 것 같아보여도,
시장에서 살아남은 펀드의 70%(살아남지 못하고 청산된 펀드까지 포함한다면 90%)가 지수 평균에도 미치지 못하고,
전설적인 투자자인 워렌 버핏조차 21%임을 감안한다면,
수십년에 걸쳐서 지수 대비 6% 초과 수익을 냈다는 것은 대단한 기록이다.
게다가 워렌 버핏은 자신이 CEO이라서 짤릴 일이 없지만,
장마리는 고용된 펀드 매니저라서 실적이 부진하면 해고당할 위험이 상존하는 데,
시장과 다르게 움직이는 가치투자 펀드로 수십년간 살아남았다는 것부터가 쉽지 않은 일이다.
책에 보면 닷컴버블 시절에 저자도 워렌 버핏처럼 IT주식에 일절 손을 대지 않고 3년을 버텼고,
그 결과 고객의 70%가 환매해서 나가버리자 본사에서 열받아서 펀드를 매각해 버렸는 데,
펀드가 새 주인을 만나자마자 닷컴 버블이 꺼지면서 펀드 수익율이 좋아졌다는 이야기가 나오는 걸 보면, 가치투자 펀드매니저는 극한 직업인 것 같다.
펀드 매니저도 결혼해서 애 낳아 키우면서 사교육비 부담하고, 아파트 대출금 상환해야 하는 입장에서 수익율 극대화 시도하다가 해고당할 위험을 감수하는 것보다는 지수를 추종하면서 고용 안정성을 유지하는 선택을 할 수 밖에 없을 것 같다.
어쨌든 이 분은 가치투자에 상당히 강렬하게 꽂혔던 지, 평생 가치투자 기법을 지속했으며,
그러고도 수익율도 훌륭했던 지라, 정년 은퇴할 때까지 안정적으로 고용을 유지했으며,
심지어 정년 은퇴한 후에 후임자가 퇴사해 버리자
새 후임자 구할 때까지 반강제로 현역에 복귀해서일해야 했을 정도로
생존을 넘어서 융숭한 대접을 받았다.
이 책의 가장 인상적인 부분 중 하나는 '제이슨 츠바이크'라는 사람이 쓴 서문인데,
저자의 말을 이렇게 전한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가치투자에 적합하지 않다. 고통을 피하려는 것이 인간의 본성이기 때문이다.
그리고, 이렇게 해설을 덧붙인다.
생각보다 어렵고, 효과를 내는 데 수년이 걸릴 수 있음을 다시 한 번 일깨워주는 말이다. (... 중략 ...) 우수한 실적은 가치투자가 어렵다는 것을 아는 사람들(그러면서 가치투자를 유지하는 사람)만 올릴 수 있다. (... 중략 ...) 가장 높은 수익율을 올린 가치투자자도 분석 기간의 30~40%에 이르는 기간은 시장을 하회하는 실적을 냈다. (... 중략 ...) 가치투자자가 되기 위해서는 싼 주식을 사거나, 싼 주식을 보유한 펀드를 사는 것만으로는 충분하지 않다. 시장이 그 주식의 가치를 인식할 때까지 인내심을 가지고 투자를 유지해야 한다.
저자 본인은 책 초반에 이렇게 말한다.
가치에 투자하는 장기투자자가 되기 위해서는 때로는 고통 받을 수 있다는 것을 미리 받아들여야 한다. (... 중략 ...) '적절하다고 생각될 때'면 기꺼이 군중과 반대로 갈 수 있어야 한다는 것을 의미한다.
물살을 거슬러 헤엄치는 행위라고 표현하는 것이 말로는 쉬워도 실행하기는 정말 어렵다.
왜 전체 전문 투자자의 5%만이 가치투자자인지, 단순해 보이지만 왜 힘든 지, 이러한 어려움을 솔직하게 털어놓았다는 점이 이 책에서 가장 마음에 들었다.
위험 자산 투자에서 성공하려면 투자 기법을 학습하는 것보다 이렇게 심리적 고통을 감수하고 마인드 컨트롤을 하는 것이 훨씬 더 어렵고 중요하다는 것은 공통적이다.
그게 안 되면 안전자산(=예금)을 해야하고, 노후에 높은 확률로 물질적 빈곤이 기다리고 있다.
가치투자도 현재 가격에서 안전 마진을 확보해서 리스크를 낮추는 그레이엄 방식과 안정된 미래 전망에서 리스크를 낮추는 버핏 방식이 있다면,
이 책은 일반인도 따라할 수 있을만큼 난이도가 비교적 낮은 그레이엄 방식을 사용해서 투자 수익을 올린 경험담이다.
자신의 투자 기법이 별달리 특별할 게 없다는 겸손함과 자신의 실수를 숨기지 않는 정직함, 근로 소득을 내려놓지 않는 성실함이 묻어난다.
내용적으로는 2번째 책인 '투자 이야기'가 더 구체적이지만,
개인적으로는 첫번째 책 '투자 일기'가 더 잘 읽혔고, 읽고난 후 인상도 강렬했다.
1번째 책에서 미처 설명하지 못한 부분을 2번째 책에 다 집어넣으려다 보니, 디테일에는 강해졌지만, 큰 흐름에서 조금은 분산된 느낌이었다.
다만, 아쉬움이 있다면 평가손실이 발생한 상태로 기나긴 시간 기다려야 하는 가치투자의 심리적 장애물에 대해서 크게 강조하지 않아서 언뜻 보면 초보자도 쉽게 따라할 수 있을 것이라는 착각을 불러일으킨다는 점이다.
2010년대 내내 이어진 저금리로 인해서 성장주에 유리한 환경 때문인지, 2번째 책에서 2010년대 후반부에 투자 수익율이 하락하고 있다고 말하지만, 2020년대 고금리 현상으로 인해서 다시 가치주가 유리한 환경이 조성된다고 생각한다면 벤저민 그레이엄의 안전 마진은 한국에서도 유효하다는 것을 보여주는 소중한 기록이다.
그동안 배당 수익에 대해서 미처 생각하지 못했는 데, 장기간 투자를 지속할 수 있게 도와준다는 면에서 그 중요성을 다시 인식하는 계기가 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