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자 이론 공부할 때는 금방 돈을 긁어모을 수 있을 것 같아서 의기양양 했지만, 몇 년 지나니까 책으로 배운 투자 실력이라는 게 현실 세계에서 얼마나 하찮은 지 깨닫게 됨.
내가 사면 하락하고, 내가 팔면 상승하는 패턴이 반복되면서, 알고보니 내가 천하의 똥손이라는 것을 깨닫게 됨.
그나마 위안이라면 (극소수의 재능있는 사람을 제외한) 대부분의 사람은 고만고만한 똥손 수준에서 벗어나지 못한다는 거.
단기투자는 경쟁이 너무 치열하고, 판단을 흐리는 가짜 뉴스도 많으며,
장기투자는 지수 대비 부진한 투자성과를 몇 년씩 참고 버텨낼 수 있는 멘탈과 믿음이 필요해서,
'투자는 간단하지만, 쉽지는 않다'라는 워렌 버핏의 말이 무슨 뜻인지 뒤늦게 깨닫게 됨.
미약한 투자 실력으로 인해 스트레스에 시달리면서 삶의 질이 바닥을 친 이후에야 (백테스트 상의) 수익율을 따지기보다는 생존 위주의 방어적인 분산 전략으로 갈아타게 되면서 그제서야 장기간 버틸 수 있는 투자 라이프가 시작되는 느낌.
시장이 부진하면 아무리 열심히 종목을 분석해도 다 소용없고, 분산 투자 전략에 따라 보유하고 있던 자산군 중 하나가 상승세에 올라타면서 의도하지 않게 계좌 전체 수익율을 살려주는 경험이 반복됨.
결국 돈을 벌어다 주는 것은 공들인 분석이 아니고, 특정 자산군의 상승세, 즉 시장이고, 그런 의도하지 않은 시장의 과실을 따 먹을 수 있게 고안된 분산 투자 전략인 듯.
벤저민 그레이엄의 저서 '현명한 투자자'에는 대부분의 투자자에게 평균 정도의 수익율을 손쉽게 얻을 수 있는 방어적인 투자법(즉, 분산 투자 전략)이 적합하다고 나와 있는 데, 어지간히 책 읽고 공부하는 것으로는 그 수준에서 벗어나기 힘들더라.
전체 투자금액의 80% 이상을 주식에만 투자하면서 시장 대비 초과 수익을 올린다는 것은 막상 해 보면 쉬운 일이 아님.
현명한 투자자
가치 투자라는 개념을 창안한 벤저민 그레이엄이 일반인을 위해서 (그나마) 읽기 쉽게 썼다는 책이 '현명한 투자자'이다. 세계 최고 투자자인 워렌 버핏이 투자 관련 서적 중 최고로 꼽은 책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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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명한 투자자 요약판
워렌 버핏이 최고의 투자서라고 극찬하는 '현명한 투자자'는 가독성이 낮은 점이 걸림돌이었다. '현명한 투자자'의 주요 내용을 읽기 편한 문체로 요약한 책이 있었다는 것을 뒤늦게 알았다. 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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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들 워렌 버핏의 옆집 할아버지 같은 평범한 겉모습에 속아서, 책 몇 권 읽고나서, 워렌 버핏의 투자법을 따라하려고 시도하지만, 얼마 지나지 않아, 일반인은 쉽게 따라할 수 없다는 것을 깨닫게 됨.
해자가 있는 종목은 애초에 존재 자체가 드물고, 혹여나 찾더라도 대개 고평가 되어 있으며, 운 좋게 저평가 되어 있는 해자 종목을 찾더라도, 기술 발전과 사회 변화로 인해서 해자가 사라지는 경우도 있어서, 워렌 버핏의 투자법을 따라한다는 게 보통 어려운 게 아님.
일반적인 수준에서는 미래 성장세는 전혀 고려하지 않고, 현재 저평가 된 종목만 찾아서 매수 후 존버하는, 상대적으로 단순한 벤저민 그레이엄의 투자법만 따라할 수 있어도 나쁘지 않다는 것을 깨닫게 됨.
벤저민 그레이엄의 투자법조차도 해 보면 그리 쉽지 않음.
안전 마진이 충분하다고 생각한 저평가 종목도 시장이 부진하면 바닥을 뚫고 지하로 내리꽂는 경우가 흔함.
염가 종목은 매수 후 가격이 내재가치와 완전히 따로 놀면서 몇 년씩 저평가 상태가 지속되는 경우가 흔함.
가끔씩 찾아오는 주식 시장의 크나큰 변동성은 멘붕을 초래해서 인내심의 한계를 시험함.
거기다 주식 이외의 다른 자산군이 폭풍같은 상승세를 보여주면 지지부진한 저평가 주식 종목을 들고 버틴다는 것은 결코 쉽지 않음.
그래서, 일반인은 여러 자산군에 분산 투자하되, 주식 포지션에 대해서만 '가치 투자'를 적용하는 하는 정도가 적절한 것 같음.
'가치 투자'가 얼마나 고통스럽고 힘든지, 솔직하게 인정하는 투자 전문가는 1명 밖에 못 봤음.
전체 투자자의 5%만 가치 투자 방식을 지속하는 데는 다 이유가 있음.
가치투자는 옳다. 장-마리 에베이야르
가치 투자가 얼마나 고통스럽고 힘든 지 솔직하게 인정하는 거의 유일한 책.최준철, 홍진채 같은 유명 가치투자자의 책 소개 영상을 보고 흥미가 생겨서 읽어봤는 데, 내용이 굉장히 독특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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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 정도 시드 머니가 있고, 소비 성향을 적정 수준에서 제한한다면, 방어적인 분산 투자법의 평균적인 수익율만으로도 비참한 노후에서 벗어날 수 있는 데, 다들 거기에 만족하지 못하고, 빨리 부자가 되고 싶어서 불나방처럼 공격적인 투자를 시도하다 보니, 일반적인 개미 투자자 90%가 5년 내로 투자금을 다 날려먹는 통계가 나오는 것 같음.
결론>
뛰어봤자 부처님 손바닥 안이던가?
벤저민 그레이엄 옹의 '현명한 투자자'에서 나오는 방어적 투자자 부류에서 벗어나기 정말 힘들다.
누구나 시장의 변동성을 겪고 멘붕에 빠지기 전까지는 그럴싸한 계획을 갖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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