워렌 버핏의 스승인 벤저민 그레이엄은 전문가를 위한 '증권 분석'이 일반인에게 너무 어려워서, 일반인에게 바람직한 투자 태도와 습관을 길러주기 위해서 난이도를 낮춘 '현명한 투자자'를 냈다고 한다.

그렇다고, 일반인을 위해서 쓴 '현명한 투자자'가 쉬운 책인가 하면 그건 또 아니다.

처음 읽는 사람은 상당한 장벽을 느낀다.

 

안 그래도 난이도가 높은 원문에, 츠바이크의 해설까지 덧붙여 난이도를 더 높여버린 6판의 번역본을 읽고 있노라면 '고전이란 모두가 칭찬하지만, 아무도 읽지 않는 책'이라는 말이 적절하다고 느껴진다.

 

투자 관련 서적 최고 인기 번역가인 이건 선생님이 (군더더기가 없는 벤저민 그레이엄의 생전 마지막 저서인) 4판을 번역하면서, '번역 후기'에서 (가독성을 높이기 위해서) '원문의 형태를 유지하려는 시도는 하지 않았다'고 밝힐 정도로, 창조적 파괴에 가까운 의역을 통해서 가독성을 높였음에도, (이제 그나마 읽을만 해 졌다는 정도일 뿐) 여전히 책이 술술 읽힌다는 느낌은 없다.

그렇지만, 책 내용은 보석 같은 경험과 조언이 가득하므로, 독자의 경험치 수준에 따라서 읽을 때마다 아는 만큼 새로운 게 보이는 신비로운 책이다.

4판이라는 게 중요하다. 6판은 진짜 해독 불가...

 

워렌 버핏이 도서관에 있는 모든 투자 관련 서적을 읽은 후, '현명한 투자자'를 처음 접했을 때 깊은 감명을 받았다고 알려져 있다.

여기서, 일반인은 '현명한 투자자'가 도서관에 있는 모든 투자 관련 서적 중 최고였다라는 찬사의 의미로 받아들인다.

그러나, 개인적인 생각으로는 워렌 버핏이 어려서부터 실전 투자를 이어오면서 경험을 축적했고, 투자 관련 서적도 엄청나게 많이 읽은 후였기 때문에 , 비록 20살이라는 어린 나이였지만, '현명한 투자자'를 읽을 무렵이면, 이미 상당한 내공을 쌓은 상태이었기 때문에 '현명한 투자자' 처음 읽을 때 바로 그 가치를 이해했다고 생각된다.

 

하여튼, 이번에 다시 읽고 있는 데, 제 2장 '투자와 인플레이션' 내용 중 '금(골드)' 관련 언급이 눈에 들어왔다.

지난 35년동안 금의 시장가격은 (... 중략 ...) 겨우 35% 상승했다.
그러나, 이 기간 내내 금 소유자는 투자 원금에 대해 이자를 받기는 커녕, 오히려 해마다 보관비용을 지불해야 했다.
(... 중략 ...)
금이 인플레이션 방어에 거의 완전히 실패했다는 점을 고려하면, 평범한 투자자가 실물자산에 투자해서 과연 인플레이션을 방어할 수 있을 지도 매우 의심스럽다.

 

벤저민 그레이엄은 금 투자에 대해서 부정적인 의견을 피력하였으며, 이런 태도는 워렌 버핏에게도 이어진다.

(정작, 워렌 버핏은 1990년대에 어마어마한 '은(실버)' 투기를 했었다.)

 

그렇다면, 실제로 '금'은 별로일까??

인베스팅닷컴 데이터에 의하면 금 선물은 1976년 1월부터 2023년 12월까지 1,500% 상승하면서 연복리  6% 수익율을 기록했다.

평균 인플레이션 3%라고 가정하면, 인플레이션을 방어하기에 충분했다는 의미이다.

대공황부터 온갖 산전수전을 다 겪은 초고수 투자자인 '벤저민 그레이엄'이 이렇게나 중요한 자산군에 대해서 잘못된 의견을 기록해 놓았다는 것이 놀랍다.

하지만, 이 책은 1971~1972년에 저술되어서 1973년에 출간되었는 데, 1971년에 닉슨 대통령이 금 태환 중지를 선언하면서 금 가격의 족쇄가 막 풀려난 시점이었다는 특수성을 고려해야 한다.

벤저민 그레이엄 살아 생전의 대부분의 기간에는 금 태환이 이루어지면서 금 가격이 고정되어 있었다.

('루즈벨트 대통령'이 대공황에서 벗어나기 위해서 통화량을 증가시키고자 금 교환 비율을 바꿔서 달러 가치를 하락시킨 것이 유일한 예외이라고 알고 있다.)

그러한 수십년 간의 극도로 억제된 금 가격이 족쇄가 막 풀리던 시점에 책이 쓰여졌다는 의미이다.

 

금 태환이 중지된 이후 오랜 기간 부진을 겪기도 했지만, 

길게보면 인플레이션 방어 용도로는 충분히 유용했기에

금을 투자 자산군에 포함시키는 것을 고려할만 하다.

 

금 관련 내용은 '현명한 투자자'에서 몇 안되는 옥의 티라고 할 수 있을 것 같다.

 

'투자 이야기' 카테고리의 다른 글

퀀트 전략의 부진.  (0) 2024.05.11
레버리지의 무서움  (0) 2024.01.31
숙향 투자일기에 나온 2008년 서브프라임 사태의 기록  (2) 2023.12.10
시장 PBR  (2) 2023.12.07
NCAV 전략에 대하여.  (2) 2023.11.30

 

회사에 다니면서도 장기간에 걸쳐서 20%가 넘는 투자 수익율을 올렸다는 재야고수 (온라인 필명) '숙향'이라는 분이 책을 몇 권 냈는 데, 그 중 1번째 책은 비교적 간단한 가치 평가 공식과 필터링 조건을 제시하여, 초보자도 따라할 만한  가이드를 제공해 준다.

그 외에도 특징적인 부분은 바로 '2008년 서브프라임 사태'를 온 몸으로 겪고 살아남았던 체험 기록이 있다는 점이다.

위기의 순간에 얼마나 올바른 판단을 하기 힘든 지는 당시 분위기 설명을 보면 알 수 있다.

 

 

(지금 시점에 돌아보면 워렌 버핏이 맞고, 다른 사람이 다 틀렸는 데, 거꾸로) 당시에 한국 언론에는 워렌 버핏을 '새대가리'라고 희화하 하는 기사가 있을 정도로 워렌 버핏의 의견은 무시되었다고 한다.

주식 시장이 반등을 시작하기 직전인 2009년 초반에는 (낙관론으로 유명한) 피터 린치마저도 낙관론을 접었다고 한다.

(워렌 버핏은 이렇게나 분위기가 암울하던 2009년 초반에 BNSF라는 어마어마한 규모의 철도 기업을 인수하는 대규모 투자를 진행해서 대박을 쳤다. 워렌 버핏은 좀 독보적인 듯...)

 

필자 본인은 주식 포트폴리오를 붙들고 그냥 버텼다고 하던 데, (워렌 버핏을 제외한) 거의 모든 투자 대가들조차도 비관론을 표명하던 저 때를 버틴다는 것은...

(필자 본인의 말로는 '약간의 인내심'이 필요하다고 하지만, 실제로는) '초인적인 인내심'이 필요할 듯 하다.


주식시장은 인내심 없는 사람의 돈이 인내심 있는 사람에게 흘러가는 곳이다. - 워렌 버핏

 

투자라는 것은 책으로 읽을 때는 할만해 보이는 경우도 많지만, 실제로 하면 저걸 버틸 수 있을까? 생각해 보게 된다.

'약간의 인내심'으로 저 모든 걸 다 버텼다는 겸손한 재야고수 숙향의 투자 일기는 배당수익율의 중요성에 대해서도 일깨워준 고마운 책이다.

퀀트킹 같은 프로그램에 '배당수익율' 팩터를 넣고 백테스트를 실행하면 기대수익율이 떨어지므로 자연스럽게 무시하게 되지만, 그건 (보유하는 종목을 인식조차 하지 못하고) 주기적으로 기계적인 리밸런싱을 수행할 때의 이야기이고, 가치 투자처럼 개개 보유 종목을 인식하고 장기 보유하는 경우에는 투자 지속성에 있어서 배당수익율이 아주 중요하다고 한다.

숙향님의 2번째 책도 읽어봤지만, 개인적으로는 1번째 책이 더 흡입력이 높았고, 잘 읽혔다.

'투자 이야기' 카테고리의 다른 글

레버리지의 무서움  (0) 2024.01.31
벤저민 그레이엄의 금(과 인플레이션)  (2) 2023.12.10
시장 PBR  (2) 2023.12.07
NCAV 전략에 대하여.  (2) 2023.11.30
벤저민 그레이엄은 퀀트였던가?  (0) 2023.11.28

눈덩이 주식 투자법

책 리뷰 2023. 12. 7. 19:00 Posted by UnHa Kim

 

'다시 쓰는 주식 투자 교과서'의 저자인 서준식님이 오래 전(2012년)에 냈던 책이다.

내용은 비슷하고, 오래된 옛날 책인데도 불구하고, 신간보다 오히려 더 잘 읽히고 설득력 있다.

실적에 큰 변동에 없는 종목을 골라서 채권의 수익율을 계산하는 방법으로 주식의 기대수익율을 계산한 후, 목표 수익율을  만족하는 종목만 매수해서 장기 보유하는 전략을 설명한다.

그 외에 투자를 망치는 심리부터 자산배분까지 투자 전반에 대해서 잘 설명해 준다.

 

놀라운 점은 이 책이 나온 지 무척 오래된 책인 데, 소개된 종목 중에 여전히 저평가 상태로 남아있는 종목이 있다는 것이다.

10년을 기다려도 저평가가 해소되지 않을 수도 있다는 실제 사례이라는 점에서 가치 투자가 얼마나 어려운 것인지 간접적으로 알 수 있었다.

숙향님 책과 함께 가치투자 초보에게 기다림을 도와줄 배당의 중요성을 일깨워준다는 점에서 좋았다.

단점이라면, 향후 10년의 기대 ROE를 잡고, 현재 가치를 산정하는 게 채권에서 쓰는 방식이라서, 채권에 대해서 잘 모르는 초보자에게는 조금 복잡하게 느껴질 수 있다는 점이다.

초보자를 위한 가장 간단한 가이드로는 숙향님의 세법 공식이 접근성이 더 좋게 느껴졌다.

물론, 세법 공식은 너무 간단해서 상대적인 가치 평가로는 유용하겠지만, 제대로 된 가치평가에는 많이 부족하기는 하다.

그러나, 지금처럼 시장이 전반적으로 이미 저평가 된 상황에서 상대적으로 더 저평가된 종목을 찾는 데에는 충분히 유용한 듯 하다.

숙향님의 책을 넘어서 제대로 된 절대 가치평가에 들어가고 싶다면, 이 책이 알맞다고 느껴진다.

'책 리뷰' 카테고리의 다른 글

증권 분석  (0) 2024.02.05
벤저민 그레이엄 재무제표 읽는 법  (2) 2024.02.02
가치투자는 옳다. 장-마리 에베이야르  (0) 2023.11.29
숙향  (0) 2023.11.28
Julia for Data Analysis  (0) 2023.05.05

시장 PBR

투자 이야기 2023. 12. 7. 17:54 Posted by UnHa Kim

 

국가통계포털에서 시장 PBR 데이터를 제공한다.

세금 써서 투자정보 수집해 주다니 감사할 따름이다.

https://kosis.kr/statHtml/statHtml.do?orgId=343&tblId=DT_343_2010_S0034

 

 

2004년부터 2023년까지 코스피 200의 PBR을 엑셀로 다운로드 받아서 그래프를 그려보았다.

 

 

2007년부터 2020년까지 무려 13년간 하향세를 그려온 것을 알 수 있다.

그리고, 지금은 1.0에도 미치지 못하는 상당한 저평가 상태에 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강환국 채널에 가면 한국/중국 증시는 향후 10년간 장기 기대 수익율은 괜찮다고 하는 게 이런 이유였구나 싶다.

실제로 2020년 이후로는 더 이상 하락하지 않고 있으니, 한국 증시에 투자한다고 해서 크게 손해볼 상황은 아닌 것 같다.

 

이렇게 장기 그래프로 보면 참 쉬운 데, 저 안의 미세한 점 하나하나에 일희일비 하면서 멘탈이 흔들리면서 살고 있으니 투자가 참 어렵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