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신의 한계는 겪어봐야 안다.

투자 이야기 2023. 11. 13. 22:41 Posted by UnHa Kim

대개 주식 투자에 입문할 때, '좋은 주식을 장기 투자하라'거나, '추세에 올라타라'는 등의 말을 듣게 된다.

그러나, 실제로 겪어보면 그 기본적인 조언이라는 게 실제로는 실행하기 쉽지 않다는 것을 깨닫게 된다.

 

주식 가격의 변화 중 가장 잘 알려져 있는 것은 추세와 역추세이다.

추세와 역추세는 단기적으로도 나타난다.

1일 추세와 5일 역추세는 각각 데이 트레이딩과 스윙 트레이딩 기법의 기반이 되는 현상이다.

그러나, 단기 투자는 그 난이도가 무척 높으므로 일단 중장기 투자로 논의를 국한한다

 

추세의 경우 대부분의 위험 자산에서 나타나는 현상이며,

역추세(특히, 장기 역추세)의 경우 주식에서만 나타나는 현상에 가깝다.

 

추세는 중기적 현상으로 짧게는 몇 개월에서 길게는 1년간 지속되는 현상이며,

역추세는 장기적 현상으로 짧게는 3년에서 길게는 10년에 걸쳐서 나타나는 현상이다.

 

투자의 대가로 추앙받는 워렌 버핏은 장기 역추세 투자자이다.

여기서 문제가 생기는 데, 워렌 버핏이 말하는 장기 투자는 최소 3년, 길게는 10년 투자라는 것이다.

 

그래서, 워렌 버핏은

반토막을 견딜 수 없는 사람은 주식 투자를 하지 말라고 하거나,

10년간 보유하지 않을 주식은 아예 매수하지 말라고 하는 등의 말을 하는 것이다.

 

이러한 장기 역추세 투자는 대단히 큰 금액을 운용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지만,

일반인에게 이것이 딱히 장점은 아닌 반면,

짧게는 3년, 길게는 10년을 버틴다는 것은 일반인에게는 아주 힘든 일이다.

 

직장을 옮기면서 (일시적으로라도) 수입이 끊긴다거나, 

운용하던 자영업에 매출이 하락한다거나,

아이가 커서 대학 등록금 같은 목돈이 필요하다거나,

IMF나 서브프라임 사태 같은 경제 위기가 발생할 수도 있고,

3~10년이라는 기간은 정말 온갖 일이 발생할 수 있는 기나긴 시간이다.

 

조선 시대에도 어지간한 사람은 부모의 3년상을 치르기 쉽지 않았다고 한다.

1년짜리 예금/적금조차 만기를 채우지 못하고 깨는 사람이 꽤 있다.

모든 게 빠르게 변하는 요즘 세상에 추세를 거슬러서 적자가 누적되어 있는 상태로 몇 년간 버틴다는 것이 일반인에게  가능한 것인가?

그리고, 기나긴 기다림 끝에 상승을 시작하더라도 막상 매수 단가에 근접하면 손실 누적의 고통에서 벗어나서 본전을 되찾고 싶은 유혹을 참지 못하고 너무 이른 시점에 매도하는 경향이 있다.

 

즉, 주식 투자 입문 시절에 들었던 '좋은 주식을 장기 투자하라'는 말은 이론적으로는 맞는 말이지만, 일반인에게 적합하지 않은 말이다.

 

그렇다면, 추세 투자는 쉬운 것인가?

추세 현상은 기대값은 높지만, 승률은 30% 정도에 불과하다.

세계 최고 추세 투자자라는 '마크 미너비니'조차도 승률이 50% 정도이라고 한다.

한 번 큰 추세가 터지면 큰 수익을 얻지만, 그 때까지 70%의 확률로 손실을 보면서 손절매를 지속해야 한다.

그리고, 큰 추세는 1년에 1번 오는 경우도 있고, 큰 경제 위기 이후에는 (투자자의 심리가 얼어붙어서) 3년 동안 아예 나타나지 않는 경우도 있다.

단 1번의 큰 추세를 놓치면 전략의 수익율이 크게 망가지기 때문에, 계속 손실을 입으면서 손절매를 반복하면서도 매수를 중단하면 안 된다.

손절매 1번 하는 것조차 힘들어하는 일반인에게 이것이 과연 버틸 수 있는 것인가?

그래서, 추세에 올라타라는 말도 이론적으로는 맞는 말이지만, 일반인에게 견디기 힘든 인내심을 요할 수 있다.

 

장기 역추세와 중기 추세에 털리고 나면 이제는 단기 투자에 눈을 돌린다.

그런데, 단기 투자는 대단히 어렵고, 경쟁도 치열하다.

일단, 증권사 펀드 매니저들은 분기별로 실적을 내어야 하므로, 모두들 단기 투자에 열중한다.

즉, 여의도에 있는 수 만명의 증권맨들이 모두 경쟁자이다.

월스트리트에 있는 펀드매니저들도 모두 경쟁자이다.

그들은 언론을 이용해서 개미들의 멘탈을 흔들거나 게임의 룰도 바꿀 수 있다.

일반인이 그들과 경쟁해서 이기겠다고?

불가능에 가깝다.

 

분기 실적에 목숨이 걸린 증권맨들과 경쟁을 피하려면 중장기 투자로 되돌아 갈 수 밖에 없다.

증권맨들과의 경쟁을 피한다고 해서 앞서 살펴봤듯이 중장기 투자도 쉽지 않다.

 

즉, 위험 자산 투자는 쉽지 않다.

그래서, 안전 자산인 예금과 채권에 투자한다면...

물려받은 재산이 없는 한, 어지간히 열심히 저축하더라도, 4%정도의 투자 수익율로는 노후보장이 힘든 경우가 대부분이다.

즉, 국민 연금이 망하지 않기를 빌면서, 젊은 세대들 등골 빼먹으면서 연명하면서 아파도 병원에 가기도 힘든 비참한 노후가 확정적으로 기다리고 있다.

살고 싶다면 위험 자산에 투자해서라도 투자 수익율을 최소 8% 이상으로, 가능하다면 12% 이상으로 끌어올려야 한다.

살고 싶다면...

 

본인이 위험 자산 투자를 실행할 수 있는 사람인지는 작은 금액으로 여러 가지 투자 기법을 실행해 보면서 그 과정에서 오는 심리적 타격을 직접 체험해 봐야만 알 수 있는 것 같다.

남들이 왜 그렇게 판단이 꼬이고 최악의 실수만 반복하는 지는 직접 겪어보면 이해가 된다.

 

그리고, 투자 금액을 높여가면서 본인이 밤에 잠 들 수 있는, 즉, 심리적으로 감당할 수 있는  금액을 알아가야 한다.

섣불리 높은 비중이나 큰 금액으로 시작했다가 본인이 견딜 수 없는 금액이라고 깨닫을 때쯤이면 불면증은 기본이고, 스트레스로 인한 탈모, 폭식, 대사 질환, 불안한 감정으로 인한 주변 인간 관계의 트러블등 인생에 온갖 문제가 이미 발생해서 많은 타격을 입은 후이다.

 

위험 자산 투자는 간단할 수 있지만 쉽지는 않다.

 

 

 

 

 

제임스 오쇼너시

투자 이야기 2023. 11. 13. 19:42 Posted by UnHa Kim

제임스 오쇼너시(James O'Shaughnessy)는 '월가의 퀀트 투자 바이블'(원저 : What Works on Wall Street) 라는 기념비적인 퀀트 투자 서적을 남겼으며, 해당 서적에서 수십년의 금융 데이터에 대한 대규모 백테스트를 통해서 가치 지표와 추세 지표가 시장 평균을 넘어서는 판별력을 지녔음을 보여줬으며, 해당 서적은 미국에서 퀀트 투자 열풍을 일으켰다. (동시에 당시 경제학계의 주류 이론이던 '효율적 시장가설'에 치명타를 날렸다.)

 

https://ghts.tistory.com/49

 

What works on Wall street.

'할 수 있다! 퀀트 투자' (ghts.tistory.com/36)에서 추천된 서적인 데, 직접 구해 읽어보니 두툼한 책이 전부 수많은 가치 지표에 대한 백테스팅으로 가득 채워져 있다. 이 책 때문에 '효율적 시장 가설

ghts.tistory.com

 

오쇼너시는 책에 나온 전략과 비슷하게 운용되는 퀀트 펀드를 설립했고, 책의 선풍적인 인기에 힘입어서 많은 자본을 모을 수 있었으며, 수십년의 백테스트로 증명된 전략이 틀릴 리가 없으리라는 믿음에 의기양양하게 출발했다.

 

그 결과는???

 

펀드 출범 이후 6년 간 지속된 끝없는 손실의 늪에서 허우적대다가 오쇼너시가 손들고, 펀드를 통째로 팔아버린 후, 거대 투자은행( 베어스턴스 : 당시 세계 5대 투자은행)에 취직했다.

 

6년 간 지속적인 손실을 기록하던 그 전략은 얄궃게도 오쇼너시가 손 털고 나간 바로 다음 해부터 엄청난 수익율을 올렸다 카더라. (이후 워렌 버핏이 퀀트 투자에 대해서 깔 때 오쇼너시를 언급한다 카더라.)

 

퀀트 투자는 다른 투자 기법에 비해 간결하고 단순하다.

그러나, 실제로 투자를 해 보면 심리적으로 쉽지 않다.

기나긴 언더퍼폼 기간을 거치다보면, 쓰고 있는 전략이 여전히 유효한 지,  시장 환경이 예전과 달라져서 전략의 수익성이 사라진 것이 아닌 지, 머리가 복잡해 진다.

 

추세추종 기법이든, 가치투자이든, 퀀트투자이든 간에 일관성이 중요한 데, 기나긴 언더퍼폼 기간에 지속되는 누적 손실은 멘탈을 갉아먹으며, 어느 시점에 이르면 더 이상 버티지 못하고 투자 기법을 바꾸거나, 전략을 버리는 멘붕 시점에 다다르게 된다.

투자는 단순하다. 그러나, 쉽지 않다. - 워렌 버핏
나는 늘 우리의 트레이딩 규칙을 신문에다 공개해도 따라하는 사람은 없을 거라고 말하죠. 중요한 것은 일관성과 자제력이거든요. 우리가 터틀에게 가르친 규칙에 버금가는 규칙을 세울 수 있는 사람은 많을 겁니다. 하지만 그들이 할 수 없는 일은 상황이 안 좋아졌을 때 자신들이 세운 규칙을 고수하는 것이죠.

- 리처드 데니스

 

일관성을 유지하는 데 겪는 어려움은 가치 투자자, 추세 추종 투자자 모두 언급하는 점이며, 퀀트 투자라고 해서 딱히 다르지 않다.

 

결론>

퀀트 투자는 이해하기는 쉬운 데 실행하기는 쉽지 않다.

퀀트 투자뿐만 아니라 모든 위험 자산 투자는 쉽지 않다.

 

 

하워드 막스 '상전벽해' 메모

투자 이야기 2023. 11. 9. 04:58 Posted by UnHa Kim

하워드 막스의 메모는 워렌 버핏도 이메일 중에서 가장 먼저 열어본다고 할 정도로 유명하다.

 

하워드 막스는 제로 금리 시대 종말로 인한  투자 환경의 커다란 변화(Sea Change : 상전벽해)가 온다는 내용의 메모를 2022년말에 발행하여 화제가 되었다.

https://www.oaktreecapital.com/insights/memo/sea-change

 

Sea Chang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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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ww.oaktreecapital.com

 

그리고, 2023년에 그 후속편을 냈다.

https://www.oaktreecapital.com/insights/memo/further-thoughts-on-sea-change

 

Further Thoughts on Sea Chang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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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ww.oaktreecapital.com

 

둘 다 유명해서 한글로 번역된 내용을 인터넷 블로그에서 쉽게 찾을 수 있다.

 

하워드 막스는 1970년대처럼 금리가 20%를 뚫을 정도로 심각한 상황이 닥칠 것으로 생각하지는 않는다고 밝혔으며, 향후 몇 년간 기준금리가 2~4%대에서 머물 확률이 높다고 밝혔다.

지금 이미 FRB 기준금리가 5.5%이다보니 2~4%의 금리가 별로 높지 않게 보이지만, 이 정도로도 지난 13년 간 이어진 제로 금리 시대와는 확연히 다른 투자 환경이 조성될 것으로 예상했다.

금리가 하락하면서 지속적으로 금융 비용이 감소하면서 레버리지를 쓰는 것이 당연시 되었고, FRB가 자산 가격을 떠받들어 주면서, 투자자들이 리스크에 대해서 무감각해졌는 데, 앞으로의 변화된 환경에 이러한 고정 관념이 잘 맞지 않을 수 있다고 지적했다.

 

하이일드 회사채 수익율이 8%가 넘어가면서, 주식 같은 위험 자산의 비교 우위가 사라졌으며, 그 외 기업의 금융 비용의 증가로 인한 수익성 악화, 점진적으로 투자자들 사이에서 낙관론이 줄어들고 비관론으로 기울면서 전반적인 가격 상승세 약화등으로 인해 위험 자산 투자의 난이도가 굉장히 높아질 것으로 예상했다.

 

어쩌면 지난 30년간 지속적으로 하락하는 금리 환경에 익숙해져서, 모두들 온도가 점점 올라가는 냄비 안에서 삶아 죽어가는 개구리가 되어버렸는 지도 모르겠다.

 

퀀트 투자는 과거 20년 간의 데이터에 대한 백테스트에 기반하여 기대 수익율을 설정하고 투자를 실행하게 되는 데, 만약 과거 20년과는 전혀 다른 미래가 펼쳐진다면, 백테스트 결과에서 나온 대 수익율은 더 이상 유효하지 않을 가능성도 염두에 두어야 한다.

 

이러한 변화된 위험 자산 기대수익율과 높아진 채권 수익율 간의 비교를 한다면 전반적인 자산 배분 비율에 대해서 고민해보는 시간을 가져야 할 것 같다.